'파일럿' 신스틸러에서 수심 깊은 엄마로…배우 오민애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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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주인공 열연…성소수자 딸 보며 속앓이하는 엄마 역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올여름 극장가에서 흥행몰이하고 있는 '파일럿'을 본 사람은 배우 조정석이 연기한 주인공 정우의 톡톡 튀는 엄마를 기억할 것이다.
노년에 접어든 나이에도 유명 가수의 공연 무대를 쫓아다니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웃음과 감동을 불러일으킨 엄마를 연기한 사람은 베테랑 배우 오민애(59)다.
그런 오민애가 이번엔 젊은 딸과 말이 안 통해 속앓이하다가 마침내 마음의 벽을 넘어서는 중년 여성을 스크린에 그려낸다.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이미랑 감독의 '딸에 대하여'에서다.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민애는 '파일럿'의 코믹 연기가 훨씬 편했다고 털어놨다.
"제가 '딸에 대하여'의 엄마와는 180도 다른 성격이거든요. 감정도 솔직하고 리액션도 분명하고. 그런데 ('딸의 대하여'의) 이 엄마는 안 그렇잖아요. (촬영하다가) 답답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딸에 대하여'는 요양보호사로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는 중년 여성(오민애 분)의 이야기다. 그는 대학교 시간강사인 딸(임세미)이 동성 연인(하윤경)을 집에 데려오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좋은 남자를 만나 남들처럼 단란한 가정을 이룰 것으로 믿었던 딸이 성소수자로 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렇게 세 사람이 불편한 동거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민애는 요양보호사 연기가 자연스러워 보였다는 말에 "예전에 시어머니를 돌봐야 할 때가 있었는데, 노인에 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이모부가 운영하는 요양보호사 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도 땄다"며 웃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것도 요양보호사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극 중 모녀 갈등에는 가족 관념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깔려 있다. 엄마는 남녀의 결혼으로 가족을 이룰 수 있다고 보지만, 딸은 동성 간 결합으로도 가족과 같은 공동체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민애는 "(극 중 엄마는) 행복하게 산다는 게 뭔지, 잘 산다는 게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딸과 갈등하다가 화해에 도달하는 여성을 연기하는 과정은 현실 속 오민애가 어머니와 오랜 갈등을 푸는 경험과 맞물렸다고 한다.
그는 "(나와 어머니를 갈라놓은 마음의 벽을) 회피하지 않고 부딪쳤고, 지금은 어머니와 너무 잘 지낸다. 영화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딸에 대하여'는 단순히 성소수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을 넘어 가정과 사회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세대 간 갈등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오민애는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할 방법에 관해 "일단 나와 상대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나아가 상대방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고민하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을 회피하지 말고 갈등에 직면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딸에 대하여'에서 보여준 연기로 오민애는 지난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오민애는 스물일곱 살에 인도로 배낭여행을 가려고 여행사를 찾았다가 그곳 직원이 '배우의 느낌이 있다'며 극단에 소개해준 것을 계기로 연극배우로 출발했다.
그러다가 김태용 감독의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에서 양호 선생님 역을 맡아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2022)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을 받은 그는 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영부인 역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는 연기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알게 되는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어떤 배역이든 최선의 노력으로 창조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