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부산국제영화제…자막가가 추천하는 올해의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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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공개되는 작품을 영화인과 이어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외국 영화의 자막을 다는 영사자막팀 자막가다.
부산국제영화제에는 10명의 자막가가 있는데, 한명당 통상 10∼15개 작품을 담당한다.
매년 수많은 영화를 감상해 작품에 대한 안목이 높으면서도, 일반 관람객들의 시각에서 좋은 작품을 선정할 수 있을 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영사자막팀으로부터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5개를 추천받았다.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 그러나 아직도 진행 중"
고란 올슨 감독의 '1958~1989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을 감상한 자막가는 이렇게 평했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섹션에 초청됐다.
이 영화는 스웨덴 국영 방송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30여년에 걸쳐 보도한 영상 아카이브를 다큐멘터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중립국인 스웨덴의 시각에서 양측의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풀어내 호평받았다.
라브 디아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판토스미아'를 감상한 자막가는 영화를 두고 "적막한 가운데 적나라하다"고 평가했다.
'아이콘' 섹션에 초청된 이 영화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후천적 환각에 시달리는 군 부사관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부대에 다시 찾아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종교적 유혈 충돌부터 여성 인권 유린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갖가지 폭력을 마주하게 된 부사관의 고뇌가 흑백 화면 속에 담겼다.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 초청된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최고 스타였던 엘리자베스 스파클이 자신의 전성기가 저물어가는 것을 거부하며, 더 아름다운 분신 '수'를 탄생시킨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자신이 만든 괴물 '수'와 싸우던 엘리자베스는 결국 자신도 괴물로 변하고 마는데, 결국 이야기는 피비린내 나는 대소동으로 치닫는다.
자막가는 "인간의 욕망 뒤에 숨겨진 추악함은 어디까지인가"라고 평했다.
제쓰로 메시 감독의 '폴 & 폴레트'도 자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플래시 포워드' 섹션에 초청된 이 작품에 대해 자막가는 "이런 파리 여행이 또 있을까?"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감독은 파리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미국 남자 폴과 프랑스 여자 폴레트를 주인공으로 삼아 때로는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된 리샤 류 감독의 '피어스'도 주목받았다.
고교생 펜싱 선수 즈지에가 수감 중인 형 즈한이 조기 출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때 펜싱 영웅이었던 형 즈한이 고의로 상대 선수를 살해한 사이코패스인지, 혹은 단순 사고였는지를 두고 고뇌한다.
자막가는 영화에 대해 "형은 정말 살인범일까,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형의 진짜 모습"이라고 말하며 궁금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