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계절, 깊이 있는 성찰로 눈길 끄는 예술영화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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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서 주목받은 '바넬과 아다마'와 '산이 부른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사색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예술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아온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던 '바넬과 아다마'와 2022년 칸영화제 감독 주간 SACD 상을 받은 '산이 부른다'로 다음 달 2일과 이달 25일 각각 개봉한다.
'바넬과 아다마'는 프랑스와 세네갈 이중 국적의 30대 신예 감독 라마타-툴레 시의 첫 장편이다.
시 감독은 작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데뷔작으로 쥐스틴 트리에, 켄 로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빔 벤더스 등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주목받았다. 그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역대 두 번째 흑인 여성 감독이기도 하다.
'바넬과 아다마'는 전통적 관습이 지배하는 세네갈의 낙후한 마을에 사는 젊은 여성 바넬(카디 만 분)과 그의 남편 아다마(마마두 디알로)의 이야기다.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바넬과 아다마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둘만의 삶을 꿈꾸지만, 마을의 공고한 관습은 이들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아다마는 혈통에 따라 촌장의 의무를 맡을 것을 끊임없이 요청받고, 바넬은 아들을 못 낳으면 남편이 후처를 들여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에 괴로워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전례 없는 가뭄이 닥쳐 마을 공동체가 위기를 맞으면서 둘의 운명도 비극으로 치닫는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의 가부장적 전통에 맞선 여성의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지역과 성별을 뛰어넘는 보편적 호소력을 가진다.
관습의 압박에 몰린 바넬과 아다마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선택을 내리는 것을 보면서 관객은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는 아프리카의 이색적 풍광을 신비한 느낌이 감도는 그림 같은 영상으로 펼쳐내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넬 역의 카디 만은 경력이 없는 신인배우인데도 노련한 연기를 선보인다.
'산이 부른다'는 토마스 살바도르 감독이 '빈센트'(2014)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장편이다. '빈센트'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던 살바도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 피에르를 연기했다.
프랑스 파리의 엔지니어인 중년 남성 피에르는 출장으로 간 알프스 산간 지역 도시에서 문득 산의 절경에 매료돼 일도 제쳐 두고 하이킹에 나선다.
이 작품은 여느 산악 영화처럼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카메라에 담아내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홀로 높은 산에 오르는 피에르가 신비한 체험을 하면서 영화는 판타지로 변모한다. 고독 속에서 대자연과 마주한 인간이 겪을 법한 내면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그려낸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는 기후변화가 자연을 파괴하는 데 대한 경고도 담고 있지만, 메시지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등산객이 몰리는 식당의 요리사인 레아(루이즈 부르고앵)와 피에르의 로맨스도 따뜻하게 그려진다.
살바도르 감독은 "세상으로부터 도피해 자신의 실제 모습을 발견하려고 삶의 끝에 도달하는 위험을 무릅쓰는 인물의 여정을 다뤘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