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어가 들리지?"…나이지리아판 K-드라마 '마이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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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진짜' 등 간단한 한국어 대사 곳곳에…상류학교에 간 캔디女 클리셰 차용
나이지리아 인기 래퍼가 제작…유튜브서 공개 8일 만에 조회수 58만회 기록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긴 레게머리를 한 나이지리아 여학생 두 명이 수다를 떨며 등교한다.
그런데 어쩐지 이들의 대사에서 "대박", "근데"와 같은 한국어가 자꾸만 들린다.
선생님들은 서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누고, 교장 선생님은 "한국어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언어"라고 단언한다.
이는 모두 K-드라마로부터 영감을 받아 나이지리아에서 제작된 영상 '마이 선샤인, 나의 햇살'(이하 마이 선샤인)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총길이 1시간 15분짜리의 이 영상에서는 한국어 대사가 빠지는 장면이 거의 없다.
비교적 복잡한 대사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그 사이에 한국어, 요루바어(서아프리카 서남부에서 쓰이는 언어)가 쉴 새 없이 섞여 나온다.
학교에서의 대화 속 추임새는 대부분 한국어다. "앗싸", "어떡해", "빨리"와 같은 표현들이 워낙 자주 쓰여서, 극 후반부에서는 위화감조차 들지 않을 정도다.
여주인공 카리스가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맘(Mom)'이나 '이야'(Iya·요루바어로 엄마)라는 표현 대신 '엄마'라는 호칭을 쓴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글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학교 게시판에는 '학교 발표(프롬)'라는 공지문이 붙고, 한 남학생이 티셔츠에 'PROM 같이 갈래'라고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쓴 뒤 여주인공에 다가가 고백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언어만 많이 쓰인 것은 아니다. K-드라마의 클리셰(Cliché·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이나 문구)도 듬뿍 넣었다.
우선 카리스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운 좋게 장학생으로 선발돼 나이지리아 있는 한국학교인 세인트폴 바티스트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여기서 잘생기고 인기 많은 부잣집 자제 제럴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여주인공을 시기하는 '여왕벌' 무리와의 갈등,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다정한 남학생과의 삼각관계 등도 빠지지 않는다.
상류층 학교에 다니게 된 가난하지만 씩씩한 '캔디'형 여주인공, 돈 많고 잘생긴 남주인공은 마치 한국 드라마 '상속자들', '꽃보다 남자' 등을 연상케 한다.
남녀 주인공의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에서는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부르는 '러브 이즈…', '유어 마이 선샤인' 번안곡이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으로 흘러나온다.
그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팬들이 만든 아마추어 작업물이 아니다.
나이지리아의 유명 래퍼 겸 프로듀서인 JJC 스킬즈가 연출했고, 나이지리아 배우 겸 크리에이터 케미 이쿠세둔이 각본을 쓰고 직접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다.
현지 언론은 "한국어를 합친 최초의 나이지리아 영화"라고 평했고, 나이지리아 영화와 한국 문화의 혁신적인 융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K-드라마 팬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넘친다.
이 때문인지 유튜브에서 이 영상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이 영상은 여드레 만에 누적 조회 수 58만2천회(14일 기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