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고?…요즘 드라마엔 이런 가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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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 다른 삼남매 '조립식 가족'·피 한 방울 안 섞인 '가족계획'
1인 가구 35.5% 역대 최대…"가족상 반영한 시도 계속될 것"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1인 가구, 재혼 가정, 입양 가족, 그리고 한부모가족까지. 전통적인 관념과는 다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면서 혈연과 결혼이 가족을 형성하는 기준이라는 생각도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드라마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과 지난달 29일 공개한 쿠팡플레이 새 시리즈 '가족계획'이 대표적이다.
이들 드라마는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부대끼고 살며 하나의 가족이 돼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진짜 가족을 만들어내는 것은 핏줄보다 함께한 시간과 경험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조립식 가족'에서는 생판 남이었던 두 남자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 셋을 남매처럼 키운다.
윗집, 아랫집에 사는 이웃 사이로 처음 만난 윤정재(최원영 분)와 김대욱(최무성)은 부부처럼 가사를 분담하며 성이 모두 다른 세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은 남매처럼 깊은 정을 나눈다.
'가족계획'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섯 가족의 이야기다. 드라마는 특수 능력이 있는 한 가족이 도시의 극악무도한 악당들을 처단하는 장르물을 표방하지만 동시에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휴먼 드라마이기도 하다.
혈연으로 묶이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더할 나위 없다. 엄마 한영수(배두나)는 "몇 명이 죽든 상관없으니 아이들만 안전하면 된다"며 손에 피를 묻히고, 백철희(류승범)는 그런 아내를 지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5%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혼인율과 출생률이 떨어지고,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혈연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 드라마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 지 오래다.
전통적인 '가족극'을 표방하는 KBS 주말드라마는 시청률 30%를 거뜬히 넘기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아름다워', '삼남매가 용감하게', '진짜가 나타났다'에 이어 '다리미 패밀리'까지 시청률 2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드라마 평론가는 "과거에는 '출생의 비밀'이 드라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핏줄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가족 해체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제는 기존처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되거나 방송 중인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다양한 가족 관계 설정도 눈길을 끈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트렁크'는 사랑 없이 각자의 필요로 인해 1년간 계약 결혼을 하는 두 주인공을 내세웠고, 채널A에서 방송 중인 '결혼해YOU'의 주인공은 홀로 쌍둥이 조카를 부양하며 아빠 노릇을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동안 달라진 가족상을 담아내지 못해 외면받던 가족 드라마가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꾀하며 주목받고 있다"며 "아무리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출생률이 낮아져도 가족에 속하고 싶다는 욕망은 여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결핍을 채워주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