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뉴] 역사로 본 혼외자…제도권 엄마들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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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미혼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당해 권좌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몰래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비밀 출산 의혹이 일자 "유전자(DNA) 검사도 해주겠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정국 때도 혼외자 시비로 고통을 겪었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정유라 씨가 자신의 혼외자라는 루머에 "정말 끔찍한, 저질스러운 거짓말"이라며 또 다시 공식 부인해야 했다.
정유라 씨는 박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 씨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사이에 낳은 딸이지만, 야당의 출산 공세는 끈질기게 이어졌다.
▶ 박 전 대통령만이 혼외자 논란을 겪은 게 아니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들의 혼외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도 변호사 시절 혼외자를 낳았다는 음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0년 승용차 안에서 총에 맞아 숨진 고급 요정 종업원 정인숙과 사이에 아들을 낳았다는 소문에 휘말렸으나 나중에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정인숙의 아들이 전직 국회의장을 상대로 뒤늦게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한 것이다.
혼외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고위 공직자들도 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권양숙 여사의 흉내를 내며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가 광주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며 도움을 달라는 보이스피싱 사기꾼에게 속아 4억5천만원을 뜯겼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국정원 댓글 사건 ' 수사 중 혼외자가 있다는 한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임명 6개월 만에 물러났다.
▶ 지금도 대동소이하지만, 조선 시대에서도 혼외자는 제도 안에서 보호하지 못한 존재였다. 양반 첩의 신분이 양인이면 서자, 천민이면 얼자로 불리며 자식의 권리를 누리며 관직에 나아갈 수 있었지만, 혼외자가 서얼 자녀에 편입되려면 아버지의 인지(認知), 즉 자기 핏줄이라고 인정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아버지가 내 자식이 아니라고 하면 혼외자는 어머니 신분에 따라 살아야 했다.
다만 왕의 자녀는 혼외자 신분에서 제외됐다. 궁녀가 왕과 잠자리를 갖는 승은(承恩)을 입고 자식을 낳으면 후궁이 됐다. 후궁의 아들은 군(君)의 호칭을 받고 왕비의 소생인 대군과 함께 왕위 계승 서열에 오를 수 있었다.
▶ 배우 정우성이 모델 문가비 아들의 친부로 밝혀지면서 혼외자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정우성은 문가비 아들이 자신의 친생자임을 인정하며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혼외자가 양육비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운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정우성 논란을 계기로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이 시행하는 '등록 동거혼'(PACS) 도입 등 혼인 관련 제도를 개선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사태를 극복하는 차원에서도 비혼 출산과 혼외자에 대한 각종 복지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종교단체는 물론이고 절대 다수를 이루는 제도권 내 엄마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