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한때 인생 그래프 요동…설 힘만 있다면 무대 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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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5주년 맞아 새 앨범 발표…강타 작곡·'도깨비' 이응복 PD MV 촬영
"내 목소리 지문 같아… 인생 담담하게 끌어안는 마음으로 불렀죠"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다리로 설 힘만 있다면 이미자, 패티김, 나훈아 선생님 같은 나이가 될 때까지 무대에 오래 서고 싶어요."
가수 백지영은 데뷔 25주년을 맞아 "옛날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면 애쓰지 말고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전과 달라진 생각을 말했다.
여느 가수라면 다소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1999년 데뷔 이후 라틴 댄스 돌풍, 침체기, 그리고 다시 발라드 여제로 등극하기까지 'V자' 인생 곡선을 그려본 그이기에 더욱 진지한 답변으로 다가왔다.
새 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Ordinary Grace) 발매를 기념해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백지영은 "25년을 활동하고, 50년 가까운 세월을 살다 보니, 아이도 키우고 인생의 굴곡을 넘기며 (인생) 그래프의 크기 자체가 커졌다"며 "한때는 굉장히 요동치던 (인생) 그래프도 (X축 범위가 커지니) 이제는 완만하게 보이는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제 인생에서 겪은 커다란 데미지도, 드라마틱한 좋은 영향도 지나고 보니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한 것은 아니더라"며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가 중요하다고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백지영은 데뷔 후 '선택', '대시'(Dash), '새드 살사'(Sad Salsa) 등 라틴 댄스곡이 큰 인기를 끌면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솔로 댄스 디바로 활약했다. 이후 한때 공백기와 침체기도 겪었지만 2006년 애절한 발라드 '사랑 안 해'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후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 등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2009년에는 2PM의 옥택연과 호흡을 맞춘 댄스곡 '내 귀에 캔디'가 히트하며 댄스 디바의 저력을 다시 보여줬다.
백지영은 "저는 감사하게도 타고난 성향이 무던하다. 나쁜 것은 빨리 망각하고 좋고 기쁘고 평안한 것을 찾아 헤맨다"며 "이것이 바로 25년을 버틴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솔로로는 댄스와 발라드라는 두 장르 모두에서 정상을 밟아본 몇 안 되는 가수다. 이 같은 이야기를 꺼내자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원래 발라드 가수로 데뷔할 생각이었는데, 그 당시(1999년) 미국에서 제니퍼 로페즈와 리키 마틴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어요. 그래서 춤도 잘 추지 못했는데, 활동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선택'이란 라틴 장르 곡으로 데뷔했죠."
백지영은 "그때 댄스곡으로 데뷔한 게 두 장르를 다 할 수 있게 된 포인트였던 것 같다"며 "만약에 발라드로 데뷔했다면 댄스로의 전향은 힘들었을 것이다. 발라드 '사랑 안 해'를 냈을 때도 부담이 전혀 없었다"고 떠올렸다.
백지영이 2일 발표한 새 미니음반 '오디너리 그레이스'에는 그의 무던하고 긍정적인 인생관이 잘 묻어난다. 삶의 작고 평범한 부분에서 느끼는 소중함과 깊은 감정을 표현한 앨범이라고 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그래 맞아'를 비롯해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코리아'에서 백지영과 사제 인연을 맺은 후배 가수 유성은이 참여한 '플라이'(Fly), 아쉬움과 회상하는 마음을 담은 '단잠', 듣는 이를 위로하는 '숨은 빛' 등 다섯 곡이 담겼다.
백지영은 "그간 싱글과 OST를 주로 내다가 이렇게 정성 들여 앨범을 내기는 오랜만"이라며 "타이틀곡은 사랑 이야기지만, 다른 곡에선 사랑보다는 인생이나 제가 가진 마음을 표현해 봤다. 제겐 낯설면서도 다정하게 느껴지는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동안 가련하고, 슬프고, 처량하고, 아픈 사람의 마음을 노래했다면 이번 노래에선 담담함과 연륜이 느껴진다"며 "인생을 담담하게 끌어안고 가는 마음으로 불렀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가 제 목소리는 마치 지문 같다더라. 아무리 마스크나 모자를 써도 말 한마디만 하면 사람들이 '혹시 백지영씨냐'고 물어볼 정도"라며 "특색 있는 목소리 덕분에 창법을 바꿔도 어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래 맞아'는 1990년대 말 동시대에 활동한 H.O.T.의 강타가 작곡에 참여한 곡이다. 백지영은 이 사실을 노래가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뒤에야 알았다고 한다.
뮤직비디오는 '태양의 후예', '도깨비', '스위트홈'을 만든 스타 드라마 PD 이응복이 연출했다. 배우인 남편 정석원을 통해 연이 닿은 이 PD는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그래 맞아'라는 곡 제목도 직접 지었다. 뮤직비디오에선 나나와 채종석이 연인으로 연기를 펼쳤다.
백지영은 이 곡에서 이별을 받아들이는 덤덤한 마음을 한 음, 한 음 진지하게 노래했다. 그는 "'이윽고 마지막'이란 가사가 저를 굉장히 날카롭게 터치했다"고 했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만족했고, 사랑했고, 좋았지만 '이윽고 마지막'이란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화자의) 마음이 멜로디와 잘 맞아떨어졌어요. 저 역시 25년간 활동하며 별의별 일을 많이 겪다 '이윽고' 이 노래와 만났다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