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꼰대 할아버지의 시네마천국…영화 '찬란한 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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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보람기자

    伊거장 난니 모레티 자전적 이야기…감독 '조반니' 역 직접 연기

    영화 '찬란한 내일로' 속 한 장면
    영화 '찬란한 내일로' 속 한 장면

    [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난니 모레티는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거장이다.

    '나의 즐거운 일기'(1993), '아들의 방'(2001), '나의 어머니'(2015) 등 뛰어난 작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이탈리아 트로이카의 한 축을 이끌었다.

    그의 작품 특징 중 하나가 혼자서 연출은 물론이고 각본, 제작, 심지어 주연까지 모두 맡는다는 것이다.

    1976년 첫 작품을 내놨으니 거의 50년간 모든 결정권을 쥐고서 작품을 만들어온 셈이다.

    개봉을 앞둔 신작 '찬란한 내일로' 역시 그가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연출하고 제작했다. 직접 주인공인 조반니 역도 소화했다.

    영화감독으로 등장하는 조반니는 모레티의 페르소나다. 극 중 조반니가 영화를 만들며 겪는 고충과 갖은 시행착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최근 영화계를 바라보는 시선 등은 실제 모레티의 것과 다름없다.

    영화 '찬란한 내일로' 속 한 장면
    영화 '찬란한 내일로' 속 한 장면

    [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조반니가 1956년 배경의 이탈리아 공산당 지부에 관한 시대극을 촬영하며 겪는 좌충우돌을 담았다.

    일단 일흔살이 넘은 그가 '요즘 애들'과 일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한 젊은 배우는 이탈리아에 공산당이 왜 있느냐고 따져 묻고, 주인공 역의 배우는 요즘 누가 정치물을 보느냐며 마음대로 멜로 연기를 펼친다.

    완전히 바뀐 영화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도 버겁기 그지없다. 제작자는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공개하자면서 미팅을 잡는다. 조반니는 마지못해 끌려간 이 자리에서 자극적인 포인트가 없다며 자기 영화를 평가절하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도 그는 영화에 대한 뚝심을 꺾지 않는다. '꼰대력'도 상당해 남의 촬영장에서 감 놔라 배 놔라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고집불통 할아버지의 아집으로 보일 뿐이다.

    평생 영화는 이러해야 한다는 예술관을 가지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그에게 이 같은 변화는 우울감까지 안겨준다.

    영화 '찬란한 내일로' 속 한 장면
    영화 '찬란한 내일로' 속 한 장면

    [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찬란한 내일로'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모레티 감독과 영화의 미래를 비극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타인의 말에 귀 닫고 살던 조반니가 극 후반부 배우와 제작진에게 의견을 묻자, 막아둔 둑이 터지듯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영화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표현한 듯하다.

    일상 하나하나를 영화로 느끼는 조반니에게서 모레티 감독의 엄청난 영화 사랑도 느껴진다. 모든 것이 영감이 되는 이 세계는 조반니에게 말 그대로 '시네마천국'이다. 말싸움하는 연인을 구경하는 동안 대사를 떠올려 훈수를 두는 장면은 귀엽기까지 하다.

    영화에 대한 헌사를 담았다는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 같은 영화가 연상되지만, '찬란한 내일로'는 좀 더 개인적이고 작가주의 경향이 강하다. 영화 팬이 아닌 사람에겐 모레티 감독의 무한 영화 찬가가 다소 난해하거나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다.

    29일 개봉. 96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찬란한 내일로'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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