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돌' 11년 만에 MC 도입…"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다" 반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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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편리해 흔해지는 스튜디오 MC…"시청자 관점 제한" 한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안녕하세요, '슈돌'의 새 MC, 네 살 루아 엄마 최지우입니다."
KBS 2TV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가 방송 11년 만에 스튜디오 MC를 도입했다. MC들은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청자의 공감을 유도했지만, 일부 시청자는 주객이 전도된 듯한 인상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2013년 처음 방송된 '슈돌'은 유명인 아버지들의 육아를 관찰하는 예능으로, 최근까지는 스튜디오 없이 관찰 카메라가 담은 출연진의 모습만 비춰주는 방식이었다. 출연자의 행동을 시청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경우엔 배우 소유진의 내레이션이 그 역할을 했다.
그러나 6월 9일 방송분을 끝으로 소유진이 하차하고 내레이션이 사라진 빈자리는 스튜디오에서 관찰 화면을 지켜보는 MC들이 채웠다. MC는 배우 최지우와 코미디언 안영미가 맡았다.
개편 첫 방송은 먼저 두 MC를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했고, 두 사람이 스튜디오에서 프로그램의 관찰 대상인 출연자 김준호, 문희준, 최민환, 제이쓴 등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육아 관찰 화면이 주를 이루는 것은 종전과 다를 바 없었지만, 내레이션만으로 진행되던 과거와 달리 카메라가 수시로 스튜디오를 비췄다.
관찰 화면에서 김준호가 어린 아들이 먹으려는 삶은 달걀을 장난으로 뺏어 먹고 이에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스튜디오에서 MC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김준호를 질타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튜디오와 MC는 여러 면에서 프로그램 제작을 편리하게 한다. 촬영 분량이 늘어나 편집을 용이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제작진이 원하는 시청자의 반응을 MC들이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슈돌'에서 김준호가 장난을 쳐 아들을 울게 하는 장면은 자칫 일부 시청자에게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MC들이 익살스럽게 김준호를 질타함으로써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여기에 더해 관찰 대상인 출연자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자기 행동의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슈돌' 연출을 담당하는 김영민 PD는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빠들이 화면 속에만 머물기보다 스튜디오에서 뒷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효과들 때문에 진행자가 필요하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들도 점차 관찰용 스튜디오와 MC를 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세다.
MBC의 대표적인 관찰 예능 '나 혼자 산다'는 2013년 첫 편성 당시 스튜디오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출연자들이 스튜디오에 모여 관찰 영상을 함께 보는 '무지개 스튜디오'를 선보였고, 스튜디오 등장 횟수가 차츰 늘다가 고정적인 진행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애 예능은 물론 여행 예능, 서바이벌 예능에도 MC들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시청자와 같은 관찰 화면을 보면서 방청객과 비슷한 역할을 하며 공감을 유도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연애 예능 '나는 솔로', 기안84가 대상을 받은 인기작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 모두 스튜디오 MC가 출연한다.
다만 스튜디오와 MC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시청자는 '슈돌'의 달라진 진행 방식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MC들의 분량이 많아서 정작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슈돌'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MC 최지우와 안영미를 소개하는 방송분의 클립이 게재되자 한 시청자는 "아기들을 보기 위한 프로그램인데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며 "이 프로에 왜 MC와 아빠 게스트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썼다.
다른 시청자들도 "예전이 더 나은 것 같다", "(김준호의 아이들인) 은우와 정우를 보려고 들어왔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와 별도로 일부 시청자는 일명 '19금 유머'를 방송에서 자주 구사하는 안영미가 MC를 맡은 것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처럼 몰입감을 깨고 불필요한 분량을 차지하는 점은 스튜디오 MC의 단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시청자가 자유롭게 감상하는 것을 방해하고 일정한 반응을 유도하는 점 때문에 스튜디오 MC를 없앤 사례도 있다.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은 MBC에서 방영된 시즌1에선 스튜디오에 다섯 명의 MC가 출연했지만,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시즌2에선 스튜디오와 MC를 없애고 서바이벌 장면에 집중했다.
'피의 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현정완 PD는 시즌2 공개 당시 인터뷰에서 "패널(MC)은 게임의 흐름을 멈추고 시청자들의 관점을 하나로 제한하는 면이 있다"고 형식을 바꾼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