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역사 바뀌나? 홍범도 흉상 논란, 애초부터 없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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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봉 홍범도 다큐 기획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모셔 오자마자 '색깔론'으로 왜곡하는 세력들도 많이 나타났죠. 우린 그런 것들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해왔는데…."
한동건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홍범도 장군 유해가 온 국민의 관심 속에 국내로 봉환되던 2021년 얘기가 나오자 이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광복 80주년을 일주일 앞둔 8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한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홍범도 장군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 개봉을 눈앞에 두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의병장부터 대한독립군 사령관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항일 무장투쟁에 바친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을 이끈 인물이다.
하지만 유해 봉환을 전후로 보수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으로 독립군을 소탕했다'는 등의 낭설이 퍼졌다. 만주에서 벌어진 독립군 토벌을 피하려고 옛 소련으로 이주해 공산당에 입당한 사실은 색깔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 사무총장은 "말문이 막히는 심정이었다. 홍범도 장군이 돌아가신 1943년에는 북한은 존재조차 없었는데 '종북 빨갱이'가 될 수나 있었겠느냐"고 어이없어했다.
2023년에는 육군사관학교 내 교육시설인 충무관 앞에 놓인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철거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중 한명인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라는 등의 이유에서다.
사회적 공분을 불렀던 이 논란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 지난 5월 육사 측이 흉상 존치 계획을 밝히며 일단락됐지만, 한 사무총장은 "정권이 바뀐다고 역사에 대한 평가가 바뀌는 게 옳은가"라며 "권력과 관계없이 애초 없었어야 했던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홍범도 장군을 소재로 한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이 기획된 것은 장군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 진행되던 작년 5월이다. 장군의 위업을 기리고 독립전쟁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온 기념사업회는 광복회 등과 힘을 합쳐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기획을 주도한 한 사무총장은 "흉상 철거라는 작은 전투가 벌어진 것은, 크게 보면 항일운동의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 전쟁'을 계속하는 세력이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도 있기 때문"이라며 "독립 영웅을 제대로 기리기 위해 영화로 우리도 전쟁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홍범도 장군의 시선으로 그가 참여했던 수많은 독립군의 전투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사무총장은 "홍범도 장군의 영웅성에 주목하기보다는, 그의 삶을 통해 독립군이란 무엇이고 우리 군은 어디서 왔는가를 보여주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학자들과 카자흐스탄의 독립운동가 후손부터 주호영·진종오·김을동 등 보수성향 전현직 의원들의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내레이션은 조진웅 배우가 맡았다.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를 역임하고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당시 '국민 특사'로 참여하기도 한 조진웅은 제안받기도 전에 "그런 영화는 제가 (내레이션을) 해야 한다"며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영화는 80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개봉해 전국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 한 사무총장은 "다행히도 전체관람가 판정을 받았다"며 "많은 분이 영화를 보며 독립을 위해 힘쓴 이들을 기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