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알티 "감흥 없는 음악은 안돼…K팝은 재미있는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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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히트곡 만든 작곡가…개인 레이블 설립해 전소연과 '담다디'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K팝이 뭐냐고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 프로듀서 알티는 블랙핑크의 '불장난', '뚜두뚜두',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등 대표 히트곡 작업에 참여한 유명 작곡가다.
그에게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K팝의 정수(精髓)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재미있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현답과 함께 말이다.
알티는 7일 서울 성동구 소재 알티스트레이블 사무실에서 이뤄진 공동 인터뷰에서 "좋은 예술이면 되지, 장르는 몰라도 된다"며 "예를 들어 중국 음식점에서 자장면이 맛있으면 됐지, 짬뽕이든 탕수육이든 어떤 요리를 파느냐는 상관 없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K팝의 흥행에 대해 "전략적으로 이에 대해 분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K팝은 참 잘 들리면서도 잘 보이는 음악"이라며 "해외에서는 솔로에 비해 그룹 형태가 많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은 고도화된 설계가 잘 돼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K팝은 특히 팬을 향한 접근법과 소통도 (다른 나라의 대중음악과는) 다른 것 같다"며 "이를 포함해 팬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게 많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굳이 장르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그에게 음악은 딱 두 종류가 있단다. 바로 '좋은 음악'과 '아닌 음악'이다.
알티는 "제가 예술을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감흥을 일으키고 싶어서다"며 "이런 제게 '아닌 음악'은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느낌과 개성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저는 음악을 만드는 그 순간 가장 영감 받은 저만의 주파수를 표현하려고 해요. 복잡하게 계산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예술고등학교와 미대 한국화를 전공한 알티는 약 14년 전 음악을 하겠다는 꿈을 안고 홍대를 찾았다. 어릴 적 라디오헤드, 서태지, 산울림 등 뮤지션의 음악을 듣고 자란 그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라디오헤드의 티셔츠를 사 입고 자전거를 탄 기억이 강렬하게 담았다. 자신의 활동명 알티(R.Tee)를 '라디오헤드'와 '티셔츠'에서 따올 정도였다.
알티는 "라디오헤드의 파괴적, 실험적, 인더스트리얼(Industrial·록 장르의 일종)한 그 감흥을 잊지 못한다"며 "저는 우울한데 잘 만든 노래를 들으면 에너지가 생겨난다.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고서 웃었다.
더블랙레이블에서 블랙핑크, 전소미, 트레저, 빅뱅 등 유명 K팝 스타의 히트곡을 만들며 '잘 나가는' 작곡가의 길을 걷던 그는 올해 알티스트레이블을 설립해 독립했다.
홀로서기에 나선 이유를 세 가지 꼽았다.
"첫 번째는 굳이 음악에 국한하지 않고, 멋진 예술가를 대중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국내를 통해 글로벌 시장까지 갈 수 있는 솔로 아티스트를 제작해보고 싶었죠. 세 번째는 대한민국을 전자음악 강국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전자음악 강국'을 향한 포부가 특히 눈에 띈다. 그는 자신이 전자음악 마니아라며 종종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파티를 열고자 개방감 있는 구조에 빼어난 음향 환경까지 사무실에 갖췄다고 소개했다.
알티는 "전자음악이 크게 사랑받는 독일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해당 장르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싶다"며 "생활 속에서 좋은 에너지를 주는 노래를 가깝게 즐기게 해 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10일 알티스트레이블에서 본격적인 첫 결과물로 걸그룹 아이들의 소연이 가창에 참여한 싱글 '담다디'를 내놓게 됐다.
팝 기반의 하우스 장르인 '담다디'는 세련된 사운드와 리듬감 있는 에너지가 어우러진 곡이다.
알티는 "톱 아이돌 그룹의 프론트 퍼슨으로 활동하며 프로듀서로서 곡 작업까지 하는 전소연은 제가 존경하는 뮤지션 가운데 한 명"이라며 "우연한 계기로 그가 저와 작업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났다가, 둘 다 '일벌레'라는 공통점이 있어 친해졌다. 감사하게도 내 일을 도와줄 수 있다고 해 줬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이 곡에서는 연약하고 작은 모습보다는 뚝심 있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원했는데, 전소연이 엔터테이너로 보면 그러한 이미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싱글에는 타이틀곡과 반대로 EDM 음악 축제에서 나올 법한 강렬한 테크노 사운드에 이국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수록곡 '스위치 아웃'(Switch Out)도 수록됐다. 유럽 대형 EDM 축제 투모로우랜드에서 유명 DJ 몰튼이 이 곡을 미리 듣고 칭찬해줬다며 활짝 웃었다.
"저는 음악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렇기에 알티스트레이블에서 선택한 (신진) 예술인도 자기가 선택한 것에 목숨을 걸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