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서 VR로 만든 애도의 공간…"스토리텔링 미래 고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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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R '저녁 8시와 고양이', 베네치아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 진출

    최민혁 감독 "애도에 참여하도록 설계"…강승표 PD "제작 토양 마련됐으면"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에 참석한 VR '저녁 8시와 고양이' 제작진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에 참석한 VR '저녁 8시와 고양이' 제작진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 진출한 가상현실(VR) 콘텐츠 '저녁 8시와 고양이'의 최민혁 감독(가운데), 프로듀서 강승표 한국예술종합학교 AT랩 팀장(왼쪽), 이승무 한예종 AT랩 소장이 베네치아 이머시브 아일랜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베네치아=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가 열리는 이탈리아 리도섬의 지근거리엔 색다른 스토리텔링을 경험할 수 있는 섬이 있다.

    과거 격리 병원, 군사시설로 쓰이다가 '베네치아 이머시브 아일랜드'로 탈바꿈한 라차레토 베키오 섬에는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 흔히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등으로 일컫는 이머시브(몰입형) 콘텐츠들이 자리하고 있다.

    섬의 한쪽에는 우리나라 창작진의 VR '저녁 8시와 고양이'도 있다. 참사에 대한 애도를 다룬 이 작품은 올해 베네치아영화제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작품이다.

    "영화의 미래, 스토리텔링의 미래가 무엇이 될지 고민하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라 보시면 됩니다."

    '저녁 8시와 고양이'를 연출한 최민혁 감독과 프로듀서 강승표 한국예술종합학교 AT랩 팀장, 이승무 한예종 AT랩 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네치아 이머시브 아일랜드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이 미래의 스토리텔링을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번 작품은 한예종 영상원 멀티미디어 전문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 감독이 한예종 AT랩의 수업을 듣다가 제작한 VR이다. 한예종 AT랩은 국내외 기업과 대학, 연구진 등과 협업해 실감 미디어, 인공지능 콘텐츠 등을 창작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라차레토 베키오 섬
    이탈리아 베네치아 라차레토 베키오 섬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이머시브 부문이 열리는 라차레토 베키오 섬을 리도섬에서 바라본 모습. [email protected]

    '저녁 8시와 고양이'는 이태원 참사로 애인을 잃게 된 만화가의 일상을 담았다. 저녁 8시는 '하루 일을 끝내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시간'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기술을 활용해 애도의 여정에 관객이 동참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최 감독은 기획 배경에 관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의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는 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픔"이라며 작품이 가질 수 있는 보편성도 고려했다고 했다.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작품 속 공간은 실제 공간을 닮은 대신에, 주인공이 느꼈을 심정을 반영한 듯했다. 방의 벽이 통상의 벽지가 아닌, 주인공이 그리움을 담아 애인을 그린 만화 컷들로 채워지는 식이다. 기기를 쓰면 마치 새로운 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VR 기술을 활용해 참사를 겪은 사람의 감정을 보다 와닿게 하는 연출이다.

    최 감독은 "통상 영화의 배경은 사실적이지만, VR은 리얼리티(사실성)를 갖추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생각과 정서, 추억 등을 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다"며 "VR은 기존 예술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도 활용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에 바깥을 보지 못하는 주인공을 위해 관객이 임의로 창밖에 보이는 것을 설정할 수 있다. AI는 관객의 선택에 맞춰 새롭게 공간을 구현하는 데 쓰인다. 이는 관객에게 공간을 주인공과 같이 공유한다고 느끼게 하고 주인공과의 거리를 좁힌다.

    최 감독은 "이태원 참사가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AI라는 신기한 기술을 보여준다는 식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관객이 애도에 참여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줄 수 있는 통로로서 AI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VR '저녁 8시와 고양이' 관람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VR '저녁 8시와 고양이' 관람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이머시브 부문이 열리는 베네치아 이머시브 아일랜드에서 한 관객이 VR '저녁 8시와 고양이'를 관람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최민혁 감독, 강승표 팀장, 이승무 소장 모두 본래 영화를 전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이야기를 위한 새로운 도구의 가능성으로서 공간 컴퓨팅을 주목했다고 한다.

    이 소장은 "공간에 기반한 리얼리티가 르네상스 이후 2D로 변했다가 지금 다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결국 미래의 콘텐츠가 갈 방향"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메타버스 열풍으로 대표되는 공간 컴퓨팅을 향한 관심이 최근 줄어드는 사이, 다른 국가와 기업은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공간 컴퓨팅 기기 개발에 나서는 메타와 애플이 대표적이다. 강 팀장은 "우리나라가 아시아권에서 빨리 시작했지만, 작품 수가 많지 않다. 베네치아영화제에 와 보니 대만 작품들이 엄청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만과 캐나다의 사례를 거론하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당부했다.

    강 팀장은 "한국에서도 해당 분야를 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많이 힘들어한다. 실패하면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토양 없이 열매를 가질 수 없다.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네치아 이머시브 아일랜드의 모습
    베네치아 이머시브 아일랜드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베네치아 이머시브 아일랜드의 모습.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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