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넷플릭스의 거대한 물결에도 스토리텔링 본질은 안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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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부상에 "영상에 관련된 모든 것을 흔들어…두려움과 흥분 느껴져"
BTS·블랙핑크·케데헌 등 K-컬처 열풍에 "박수 보낼 일…기쁘게 지켜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2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극장 구조에 의존해서가 아니라,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영화를 보다가 도저히 멈출 수 없어서 내리지 못해 2호선 순환선을 한 바퀴 더 돌 정도의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18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스트리밍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위주로 재편된 영상 시장에 대해 "관객들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을 원한다는 영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창작자에서 설계자로 : 경계를 파괴하는 세계의 구축법'을 주제로 마크 톰슨 CNN CEO(최고경영자)와의 대담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봉 감독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넷플릭스가 만든 거대한 물결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이 국내에서 최초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2017)를 연출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 영화를 개봉할 때 (넷플릭스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칸 영화제에서도 아무도 영화 스토리는 질문 안 하고 스트리밍과 관련된 것만 물어보더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사실 TV, 인터넷, 케이블, 스트리밍 등 영화를 위협하는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며 시네마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시청자가 자의적으로 '멈춤'을 누를 수 없는 극장이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멈춤 버튼을 누르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창작자가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봉 감독은 최근 문화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AI(인공지능)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들려줬다.
그는 "영화인들도 밥 먹다가, 커피를 마시다가, 집에 가면서도 늘 AI를 이야기한다"며 "우리가 믿고 매혹된 영상에 관련된 모든 것을 AI가 뒤흔들었기에 두려움과 흥분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인간성의 본질을 파고든 영화 '미키 17'에서도 AI 기술이 사용됐다는 아이러니가 이 같은 점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봉 감독은 "'미키 17' 영화에서 한 화면에 두 미키, 즉 두 로버트 패틴슨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의 시각 효과에서 아이러니하지만 AI의 도움을 받았다. AI가 비주얼에 사용된 케이스"라며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의해 인간성이 어떻게 위협받는가, 그 와중에 인간만의 정겨움과 지질함은 남아있다는 걸 다루는 영화에서도 도구적으로 AI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 사회는 너무 역동적이어서 캐나다 어느 시골 마을이라면 50년에 걸쳐 일어날 일이 닷새 만에 일어난다. 영화를 아무리 현실적, 정치적으로 만들어도 뉴스 한 꼭지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그 때문에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고도 했다.
지난 25년간 총 여덟 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한 그는 아홉 번째로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는 "이야기를 큰 화면에서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충동에 의지해서 매번 작품을 만든다"고 창작의 동력을 설명했다.
봉 감독은 전 세계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킨 K-컬처에 대해 "블랙핑크나 방탄소년단(BTS) 같은 분들은 알파벳 'K'가 필요 없는 그냥 팝스타"라며 "뛰어난 재능이 있는 플레이어와 그들을 둘러싼 인더스트리의 합작품에 박수를 보낼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특히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에 대해 "(한국계) 매기 강 감독도 있지만, 그것을 만든 회사, 제작진, 스튜디오는 한국 회사가 아니다. 외국 회사가 자연스레 (한국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김구 선생님이 자다가 벌떡 일어나신다'라는 말도 있는데, 바로 그런 상황이다. 저는 그걸 기쁘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제가 뭔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