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털 윤기와 침 흘림, 표정까지…영화 '탈출'의 시각특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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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기자

    VFX 명가 덱스터스튜디오 작업…진종현 본부장 "피부·근육 미세한 움직임도 연구"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에코가 나오는 장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에코가 나오는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지난 12일 개봉한 김태곤 감독의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인 공항대교에서 벌어지는 재난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짙은 안개가 낀 바다 위 대교에서 최악의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꽉 막히고, 현장에 출동한 헬기가 추락하면서 대교를 지탱하던 케이블이 끊어져 다리가 붕괴 위기에 놓인다. 여기에 유독가스를 운반하던 차량이 폭발하며 대교 위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이 위협받는다.

    설상가상으로 '프로젝트 사일런스'라는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로 양성된 살상용 실험견들이 풀려나면서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하기 시작한다.

    '에코'로 불리는 열한 마리의 실험견은 100% 컴퓨터그래픽(CG)으로 완성됐다. 이들의 생동감은 한국 영화의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이 얼마나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는지 보여준다.

    '탈출'의 VFX를 맡은 덱스터스튜디오의 진종현 제작관리본부장은 지난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리 프로덕션(사전 제작) 단계부터 에코를 디자인했다"며 "개의 형태와 동작뿐 아니라 피부와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나아가 표정까지 꼼꼼하게 파악하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국내 VFX 기술을 선도하는 콘텐츠 회사로, '미스터 고'(2013)를 시작으로 '신과 함께 - 죄와 벌'(2017), '신과 함께 - 인과 연'(2018), '백두산'(2019), '더 문'(2023) 등 한국 영화 VFX의 새 영역을 개척한 작품들에 참여했다.

    진종현 덱스터스튜디오 제작관리본부장
    진종현 덱스터스튜디오 제작관리본부장

    [덱스터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탈출'에서 덱스터스튜디오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VFX가 에코들이다. 목표물을 향해 질주하는 에코들을 멀리서 찍은 장면뿐 아니라 근접 촬영한 장면에서도 살아 있는 개의 느낌이 든다. 검은 털 하나하나의 윤기, 입에서 흐르는 침, 헐떡일 때 배의 움직임과 같은 '디테일'이 생동감을 더한다.

    진 본부장은 "개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VFX로 구현한 결과가) 조금만 어색해도 눈에 띌 수 있는 만큼, 더 깊이 연구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에코들을 실제 개와 흡사하게 그려내는 것을 넘어 각각의 에코에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극적 재미를 더했다.

    '에코 9'는 나머지 에코들의 모체라는 설정에 걸맞게 리더의 무게감을 가졌고, 행동대장 격인 '에코 8'은 단단한 근육의 몸집을 자랑한다. 긴 다리에 날렵한 몸매를 한 경주견 '에코 23'과 파수꾼 역할을 하는 작은 몸집의 '에코 30'도 있다.

    에코가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은 개의 움직임을 훈련받은 무술팀이 에코의 동선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배우의 넘어짐과 같은 연기를 끌어내고, 이를 촬영한 영상에 에코의 VFX를 덧씌워 완성했다. 배우의 시선을 에코의 동선과 정확하게 맞추려고 촬영을 반복하는 등 조율 작업도 거쳤다.

    에코의 눈이 촉촉이 젖는 것과 같은 미세한 변화로 감정도 표현함으로써 에코에 대한 공감도 끌어낸다. 이는 에코가 위협적인 존재이긴 해도 결국은 국가권력의 희생양이라는 연출 의도와 맞물린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한 장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초반에 벌어지는 연쇄 추돌사고는 공항대교의 일부를 재현한 대규모 세트장에서 약 300대의 차량을 투입해 실제로 충돌시킨 것을 촬영하고 VFX로 완성도를 높였지만, 이야기의 변곡점이 되는 헬기 추락사고는 전적으로 VFX로 그려냈다.

    진 본부장은 "헬기가 어떻게 추락하게 할 것이냐에 관한 연출적 설계에 따라 먼저 애니메이션을 완성하고 헬기와 케이블의 충돌, 그에 따른 대교 붕괴 등 물리적 현상에 대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했다"며 "그다음에 디지털 렌더링(화면상 나타날 이미지를 생성하는 작업)을 거쳐 사실적으로 추락 사고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대교에서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유독가스 폭발 사고의 불도 VFX로 구현한 것이다. 물과 불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VFX로 사실감 있게 그려내는 데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진 본부장은 "큰불을 구현할 경우 시뮬레이션 작업에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며 "중력과 바람 등의 디지털 환경을 다 구축해놓고 시뮬레이션에 들어간다. 덱스터스튜디오는 그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업체보다는 작업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모든 재난의 원인이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짙은 안개도 VFX 작업의 결과다. 안개는 에코들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도록 해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데도 한몫한다. 안개에 따른 빛의 번짐 현상 등을 사실적으로 살려내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한다.

    '탈출'의 VFX 작업에는 덱스터스튜디오 인력 200여명이 참여했다. 작업 기간을 합하면 1년 반에 달한다.

    진 본부장은 "VFX를 잘 만들면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지만, VFX가 눈에 거슬리면 몰입에 방해가 된다"며 "'탈출'을 보면서 VFX가 (거슬리지 않고) 영화의 흐름을 탄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한 장면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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