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뽑기 등 초동 경쟁에 지친 K팝…코어팬 71% "무리한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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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레이더, 1천1명 대상 온라인 설문…70% "랜덤 포카에 스트레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K팝 첫 주 음반 판매량(초동) 경쟁과 이를 부추기는 포토카드 상술 등으로 팬들이 과소비와 스트레스 등을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K팝 팬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케이팝레이더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라이트팬 384명과 코어팬 617명 등 총 1천1명을 대상으로 아이돌 일정 알림 앱 '블립'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가수의 활동기 1개월 동안 5만원 이상을 소비하면 코어팬, 그 미만을 소비하면 라이트팬으로 분류됐다.
'초동 경쟁이 지나치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라이트팬의 63.3%, 코어팬의 74.4%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초동을 위해 팬덤이 무리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말에도 라이트팬의 66.9%, 코어팬의 71.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K팝 시장의 주요 기획사들은 저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관련 보고서를 매년 내지만, 역설적으로 매출과 직결되는 음반 판매량을 끌어 올리고자 판매량 경쟁 혹은 포토카드 등을 이용한 판매 촉진에 나서고 있다.
미국 빌보드조차 최근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는 많은 팬이 CD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음반사가 '복권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과 굿즈가 수반된 패키지 CD를 도입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K팝 코어팬들은 '덕질하는 아티스트가 컴백했을 때 초동에 신경을 쓰느냐', '초동 경쟁이 팬덤 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생각하느냐', '초동을 위해 앨범을 구매하거나 공구 이벤트 등에 참여해본 적이 있느냐' 등의 질문에 과반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K팝 코어팬의 70.2%는 '음반사별 미공포(미공개 포토카드), 럭키드로우(뽑기) 등 랜덤 포토카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항목에 '그렇다'고 했고, 77.0%는 이 같은 방식이 초동을 높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시각에 동의했다.
라이트팬의 62.5%, 코어팬의 76.2%는 '기업이 초동을 높이기 위해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말에 긍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케이팝레이더는 "팬들이 느끼는 초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초동 경쟁이 팬들에게 큰 부담을 주며 과도한 소비를 이끈다는 내용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