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홈' 이응복 "CG·크리처, 국내 인력만으로 이뤄낸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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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일희일비 안 해…두고두고 보면서 재미를 곱씹을 수 있는 작품"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만든 히트메이커 이응복 감독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장르였던 크리처물에 처음 도전했고, 첫 도전에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스위트홈' 시즌1(2020)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시청 순위 10위 이내에 들었고, 총 8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징어 게임'에 앞서 한국 드라마를 세계에 알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넷플릭스는 곧바로 시즌 2와 3을 동시 제작한다고 발표했고, 4년의 여정 끝에 지난 19일 그 마지막 시즌을 공개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시청자 반응은 엇갈린다.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작품에는 시대를 넘어선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장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쓴소리도 달갑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드라마를 소비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스위트홈'은 두고두고 보면서 재미를 곱씹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연출자로서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내놓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스위트홈' 시리즈의 성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시즌2에서부터 나오는 아포칼립스 환경은 전부 컴퓨터그래픽(CG)로 구현한 겁니다. 크리처의 개체수도 그 어느 작품보다 많죠. 크리처를 계속 바꿔가면서 디자인하고, 구현해냈어요. 이전 작품들처럼 외국에 외주를 맡기는 대신, 국내 인력만으로 이뤄낸 뜻깊은 성과라고 평가합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스위트홈'은 시즌2에서부터 원작에서 벗어나 고유한 세계관을 펼쳐내며 크리처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
괴물 처리를 전담하는 까마귀 부대, 괴물화를 연구하는 밤섬 특수재난기지,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스타디움 등에서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펼쳐내며 새로운 캐릭터들도 대거 추가했다.
이 감독은 원래 구상했던 기획안은 그린홈을 탈출한 주인공들이 다 함께 새로운 공간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는 그냥 그린홈 대신 새로운 콘도를 빌려서 그 안에서만 촬영하려고 했는데,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려 봐도 결국 다 비슷한 내용으로 귀결됐다"며 "세계관의 확장과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은 필수적이었다"고 짚었다.
"'스위트홈'은 장르 특성상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상황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시켜야 했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제 기능을 충분히 잘 해냈다고 생각해요."
KBS 28기 PD 출신으로 14년째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이 감독은 "숱한 작품을 만들면서 느낀 점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이 공개됐을 때 실시간 반응과 공개하고 한 달 후, 10년 후의 평가가 모두 다르다"며 "다양한 평가를 귀담아들으며 소통하는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은 달라져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도 TV에서 보면 이상한 장면이 있잖아요. '스위트홈'도 나중에는 평가가 바뀔 수도 있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