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전도연 "배우들 맘껏 펼친 연기 만끽할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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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차가운 표정에 액션 연기도…"이젠 액션 잘 할 수 있단 느낌"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오는 7일 개봉하는 오승욱 감독의 영화 '리볼버'는 경찰 조직의 비리를 혼자 뒤집어쓰고 감옥살이를 한 전직 형사 수영(전도연 분)이 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영이 감옥행을 받아들인 것은 그만한 보상을 약속받았기 때문이지만, 이미 세상에서 투명 인간처럼 존재가 희미해진 그에게 약속을 지키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노에 찬 수영은 자기 몫을 찾으려고 목숨을 건 행동에 나선다.
"(수영이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장면들을) 촬영할 땐 감독님에게 '지루하지 않나'라고 묻곤 했어요. 똑같은 걸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런데 나중에 영화를 보니 (수영이 만나는) 인물들의 색깔이 수영에게 입혀지면서 각각의 장면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장면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수영 역의 배우 전도연은 완성된 '리볼버'를 본 느낌을 이렇게 털어놨다.
'리볼버'는 전도연의 연기가 끌고 가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곤 하는 전도연의 얼굴은 극도로 차가운 표정에 깊은 분노가 서려 있다.
전도연은 오 감독의 전작 '무뢰한'(2015)에서도 주인공 혜경을 연기했다. 이 영화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전도연은 "(촬영을 앞두고 '리볼버'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무뢰한'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걱정되기도 했다"며 "어떻게 하면 수영을 혜경과는 다른 캐릭터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리볼버'는 액션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수영이 검도 선수라는 설정에 따라 전도연은 봉을 휘두르는 액션 연기도 펼친다. 관객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2023)에서 그가 보여준 강도 높은 액션을 떠올리게 된다.
'길복순' 때만 해도 액션이 어렵게만 느껴졌다는 전도연은 '리볼버'를 찍으면서 액션 연기에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그는 "이제는 액션을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리볼버'에선 수영과 대립 구도를 이루는 투자회사 실세 앤디(지창욱), 수영의 감시자인지 조력자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윤선(임지연)과 같은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다채롭게 한다. 우정 출연한 이정재도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무게감 있는 연기를 펼친다.
"임지연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고마운 마음이었죠. 어느 역에 누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그랬어요. 전체적으로 놀라운 캐스팅이지 않았나 싶어요. 배우들이 연기를 마음껏 펼쳤고, 그 연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수영과 윤선의 애매모호한 관계를 표현하는 것은 전도연과 임지연에게도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극 중 윤선이 수영에게 "난 딱 요만큼만 언니 편이에요"라고 말하며 슬픈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 모든 게 해결됐다고 한다. 전도연은 "그 장면이 너무 좋았다. 지연 씨가 해낸 것"이라고 칭찬했다.
전도연은 요즘 어떤 배우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고, 넷플릭스 드라마 '자백의 대가'에도 캐스팅됐다.
'벚꽃동산' 공연에 참여하기로 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는 전도연은 "(무대에 오른) 그 시간 자체가 내겐 '힐링'이었다"며 "마음이 즐거우면 힘이 들어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전도연은 인터뷰 전날엔 딸의 단편영화 촬영 과제를 도와주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웃기도 했다.
"유령과 곰 인형의 사랑 이야기인데, 한번 촬영한 걸 어제 보충 촬영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밤에 놀이터에 나가 함께 땀 흘려가며 카메라 앵글도 잡아주고 그랬죠. 제가 그런 걸 좋아해요."
전도연은 여느 스타와 달리 자신의 일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는 "내 취향이 어떻고 난 뭘 하고, 그런 게 특별히 없기도 하다"며 "배우 전도연으로서 작품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밀양'(2007)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 '칸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하는 전도연은 "이젠 개인적으로 상을 받은 것보다는 작품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큰 바람이자 욕심"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