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이세영 "처음 해보는 일본어 연기로 자신감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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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겐타로와 멜로 호흡…고개 끄덕이는 리액션 타이밍도 외워가며 연기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배우 될 것"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 전에 고개를 끄덕이는 등 대화를 하다 보면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들이 있잖아요. 모르는 언어다 보니, 대사와 리액션을 하는 타이밍을 전부 외워서 연기해야 했어요."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일본어 연기에 도전한 배우 이세영은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힘든 도전이었지만, 앞으로도 다른 언어 연기에 도전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인해 일본어를 처음 공부했는데, 한 달 반 정도 수업을 듣고 촬영을 시작했다"며 "대사의 80% 이상이 일본어라서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세영이 연기한 캐릭터는 일본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이라는 설정이었지만, 일본 시청자들도 듣기 불편하지 않도록 대사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이 과제였다고 한다.
"대사에는 뉘앙스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선생님 한 분께 일본어를 배우다 보니, 모든 말투를 그 선생님의 말투대로 따라 할까 봐 걱정됐어요. 다른 사람들도 붙잡고 물어보면서 여러가지 뉘앙스를 익혔고, 그 대사에 제일 잘 어울리는 톤으로 외웠죠."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공지영과 쓰지 히토나리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일본 유학 중이던 '홍'이 '준고'(사카구치 겐타로)를 만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을 겪고, 5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세영은 5년 전,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일본 남자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최홍을 연기했다.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한 뒤,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캐릭터다.
이세영은 "저는 인간관계든 사랑이든, 회복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서 이별 후 최홍의 모습은 낯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준고의 입장이 더 이해됐는데, 정말 신기한 점은 연기하는 그 순간만큼은 홍이처럼 준고에게 서운함을 느꼈다"며 "평소에는 '홍이는 왜 준고의 마음을 모를까' 답답하다가도, (연기하면서는 준고를) 사랑하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서운한 감정이 밀려왔다"고 설명했다.
1997년 SBS 드라마 '형제의 강'에서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세영은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왕이 된 남자', '옷소매 붉은 끝동' 등에 출연해왔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로맨틱 코미디, 멜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이세영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감정을 연기하면서 다룰 수 있다는 게 재밌고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보면서 많은 분이 '나도 사랑해야겠다' 느끼시길 바란다. 많이 사랑하고, 실패해서 많이 상처받더라도 다시 사랑할 용기를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스태프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무엇일까 얘기했어요. 누구는 이별이라고 했고, 감독님은 서로에 대한 온전한 이해라고 하셨죠. 저는 죽음이라고 말했어요.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연인이 아니더라도, 일이든, 취미든, 저희는 항상 사랑하고 있잖아요. 사랑이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랑 후에는 죽음밖에 없다고 믿어요."
데뷔 28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배우'지만, 이세영은 꿈을 찾아 방황하던 홍이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홍이가 꿈을 찾아 고민하다가 일본으로 훌쩍 떠났던 것처럼, 저도 방황하는 시기를 겪었다"며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연기만으로 생계유지가 될 것인가 하는 불안감에 다른 공부를 해보기도 하고, 자격증을 준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기는 모두에게 있는 것 같다. 저는 홍이처럼 시간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뭐라도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되짚었다.
"저는 주로 드라마를 많이 찍는데, 상업 영화에도 얼굴을 비추고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 게 없나 알아보다가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문현성 감독님이 연출하신 영화 '서울대작전'에 특별 출연을 했었죠. 단역인 매표소 직원 역으로 출연했죠. 덕분에 인연이 닿아서 이번 작품도 하게 됐고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여기저기 잘 들이미는 스타일 같아요. (웃음)"
앞으로의 목표가 있는지 묻자, 이세영은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20대 중후반부터는 미래에 저당 잡힌 현재를 살아온 것 같다.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미래를 위해 포기하면서, 쉼 없이 일을 해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인간으로서 제가 놓치고 사는 게 많다고 느꼈다. 사회에 어떤 일들이 쟁점이 되고 있고,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촬영할 때가 많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짧았다"고 말했다.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살았는데, 사실 현재가 가장 중요한 거잖아요. 현재를 살아가면서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그런 경험을 연기로 녹여낼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