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3배 가까이 뛰었다…'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놀라운 뒷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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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전개 대신 탄탄한 설득력…구멍 없는 배우들 호연도 눈길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종영을 앞둔 MBC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Black Out)'(이하 '백설공주에게') 뒷심이 매섭다.
요즘 흥행작들의 특징인 속도감 있는 '사이다' 전개와는 거리가 먼데도 시청률은 꾸준한 상승세다. 2%대로 출발해 9회에서는 6%대까지 3배 뛰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매주 고구마를 100개씩 먹는 느낌인데도 궁금해서 안 볼 수가 없다'는 평이 나온다.
당초 이 드라마는 기대작은 아니었다.
촬영을 마친 뒤에도 자리를 찾지 못해 창고에서 대기하다가 2년이 지난 뒤에야 편성됐다.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 시대에 2년 전 이야기가 통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먼저 나왔다.
첫 회 시청률은 2.8%로 올해 방송된 MBC 미니시리즈 중 가장 낮았다. 동시간대에 방송 중인 SBS '굿파트너'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이미 시청자 파이를 선점했다는 점도 악조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경쟁작에 밀려 도저히 힘을 못 쓸 것만 같았던 이 드라마는 방송 1주일 만에 3회 시청률 4.6%로 훌쩍 뛰었다. 이후로도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9회 시청률은 6.5%로 집계됐다.
촘촘하게 잘 짜인 극본, 영화처럼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호연까지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져 시청자들의 호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인기 소설을 뼈대로 한 '백설공주에게'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엉킨 실타래 풀 듯 서서히 풀어낸다.
주인공 고정우(변요한 분)는 명문 의대 합격을 앞두고 같은 반 여학생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복역하게 된다.
모든 증거가 그를 가리키고 있지만, 수능을 마친 기념으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취했던 고정우는 블랙아웃(일시적 기억상실)으로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형을 마친 고정우는 고향인 무천시로 돌아온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 억울하게 죽고서도 지금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친구 심보영(장하은)과 여자친구 박다은(한소은)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디면서도 무천을 떠나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누가 심보영과 박다은을 죽였는가', '마을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10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가' 등 겹겹이 쌓인 미스터리를 고정우와 함께 풀어나간다.
'백설공주에게'로 첫 드라마 연출에 도전한 변영주 감독은 시청자의 예상을 비껴가는 짜임새 있는 전개로 몰입감을 높이며 곳곳에 쌓아둔 복선을 회수해간다.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변요한은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정우의 죄책감과 고독함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이끈다.
고준, 고보결, 이가섭, 이태구 등은 시청자에겐 얼굴도 이름도 낯설지만, 각자 맡은 배역을 충실하게 해내며 자신들의 얼굴을 각인시킨다. 권해효, 배종옥 등 중년 배우들의 내공 있는 연기도 작품에 힘을 싣는다.
총 14부작으로 제작된 '백설공주에게'는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두고 있다.
변영주 감독은 앞서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방어벽을 완벽하게 쌓아 올린 사람들 틈에서 정우와 상철은 어떻게 실마리를 찾아갈지, 사건의 가해자와 목격자는 누구고, 이를 은폐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수사 과정에서 어떤 조작이 있었을지, 수호는 과연 무엇을 본 건지 등 앞으로 풀릴 이야기가 많다"며 "모든 궁금증이 해소돼야 진정한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