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영화 찍은 대배우 헬렌 미렌 "잊어선 안 될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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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버드' 출연…젊은 세대에 해주고픈 충고는 "스마트폰 덜 봤으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헬렌 미렌(79)은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배우다. 그에게는 '영국 국민 배우'나 '대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곤 한다.
스무살 무렵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그는 1991년 TV 시리즈 '프라임 서스펙트'에서 주연한 것을 계기로 TV와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미렌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한 영화 '더 퀸'(2006)으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BAFTA)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칼의 고백'(1984)과 '조지 왕의 광기'(1995)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도 두 번이나 받았다.
지난해 개봉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에서도 조연을 맡는 등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지치지 않고 활동 중인 그는 신작 '화이트 버드'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크 포스터 감독이 연출한 '화이트 버드'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의 유대인 소녀 사라를 주인공으로 한 홀로코스트 영화다. 다음 달 4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이 영화는 국내에선 내년 상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그것(2차 대전과 홀로코스트)의 현실을 뚜렷이 알게 된 건 10대 초반이었던 것 같아요. 일본과 한국에서도 벌어졌던 현실이죠. 그 깨달음이 어린 제게 깊은 영향을 줬답니다. 그때부터 그것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는 의무감을 가지게 됐죠."
지난 28일 화상 인터뷰로 국내외 언론과 만난 미렌은 평소에도 홀로코스트에 관심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화이트 버드'는 할머니가 된 사라(헬렌 미렌 분)가 손자에게 2차 대전 때 겪은 일을 들려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녀 시절 사라는 아리엘라 글레이저가 연기했다.
나치는 사라의 마을에서 유대인을 색출해 강제수용소로 보내지만, 사라는 급우 줄리언(올랜도 슈워트)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나치의 수색을 피해 그의 집 헛간에 숨는다.
미렌은 홀로코스트의 배경으로 '군중 심리'를 꼽으면서 "군중 심리가 정상(正常)으로 여겨질 땐 그것에 영합하지 말고 한걸음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 중 줄리언을 제외한 사라의 급우들은 대체로 반유대주의에 동조하거나 방관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렌은 "우리 영화는 누군가를 악마화하는 경향에 맞서는 작품"이라고 했다.
인터뷰에 함께한 글레이저는 "(군중 심리와) 비슷한 감정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가 젊은 세대에게 그것(홀로코스트)이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걸 일깨워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이트 버드'는 극단적인 야만의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려낸다. 목숨을 걸고 사라를 숨겨준 줄리언 가족의 모습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미렌이 연기한 할머니 사라는 손자에게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라고 가르친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가르침을 준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미렌은 웃으면서 "러다이트(산업혁명 당시 기계 파괴 운동)와 같은 구식의 조언이 될지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을 강에 버리고 액정 화면 속이 아닌 당신 주변의 현실 속에서 살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스마트폰의 중독성을 우려하면서 "아편 전쟁 때 영국이 중국에 아편을 팔았듯이 지금 우리가 젊은 세대에게 같은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이트 버드'는 미국 작가 R.J. 팔라시오가 펴낸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했다. 글레이저는 "원작도 재밌었지만,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강력한 감성과 진정성, 사실성에 매료돼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