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부산국제영화제…대중성 키우고 OTT 힘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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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개막…영화제 찾은 스타들에 환호
갈수록 커지는 OTT 존재감…CJ 계열사도 세 과시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지난 2일 개막한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7일 엿새째를 맞으면서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11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예년보다 대중성을 강화하면서 영화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초청 게스트 및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10.2 [email protected]
◇ '전,란' 내걸고 대중에게 다가간 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대중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은 영화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개막작 '전,란'이었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은 역동적인 검술 액션과 박진감 있는 이야기로 호평받고 있다.
영화계 일각에선 예술적 가치나 사회적 문제의식이 담긴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해온 관례를 깼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영화 팬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 배우들과 김상만 감독이 함께 나온 '전,란'의 야외 오픈 토크 행사에도 수많은 팬이 몰려 인기를 실감케 했다.
외국 영화 중에선 대중적 작품을 야외극장에서 상영하는 오픈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가 인기를 끌었다.
(부산=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2024.10.2 [email protected]
국내에서도 시청자가 많은 일본 TV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의 극장판인 이 영화는 시리즈 주인공 고로를 연기한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가 주연뿐 아니라 연출까지 맡은 작품이다.
마쓰시게는 이번 영화제 개막식 레드 카펫에서도 음식을 먹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를 상영한 야외극장은 빈자리가 별로 없을 만큼 관객이 몰렸다.
넷플릭스 '지옥' 시즌2와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신 시리즈 기대작을 선보이는 온 스크린 섹션도 관객을 끌어모으며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이날 야외극장에서 상영되는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도 이번 영화제의 대중성을 보여주는 초청작으로 꼽힌다. 방탄소년단(BTS) RM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인 이 작품도 관객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넷플릭스 존재감 과시…CJ도 세 결집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서 보듯 이번 영화제에선 갈수록 커가는 OTT의 영향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넷플릭스는 영화제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인근 빌딩에 '전,란'과 '지옥' 시즌2 대형 광고를 나란히 내걸어 존재감을 과시했다.
영화제 이틀째인 4일 밤에는 해운대구의 한 호텔에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 영화' 행사를 열어 내년에 내놓을 오리지널 영화 7편의 라인업도 공개했다. 이 자리엔 이들 작품의 감독 7명도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4일 부산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CJ 무비 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2024.10.4 [CJ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같은 날 CJ ENM은 CGV, 티빙, 스튜디오드래곤 등 CJ의 콘텐츠·미디어 계열사와 함께 'CJ 무비 포럼'을 개최했다.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에 맞서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CJ ENM이 세를 과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 자리에서 윤상현 CJ ENM 대표는 연간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에선 영화산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잇달았다. 극장 관객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의 60∼70% 수준에 그치는 현 상황이 '뉴 노멀'로 굳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부산=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마스터클래스 '구로사와 기요시: 장르영화의 최전선'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4.10.6 [email protected]
◇ 부산에 모여든 세계적 거장들
부산국제영화제가 대중성을 강화했지만, 영화인과 '시네필'이 주목할 만한 행사도 이어졌다.
이번 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기자회견과 마스터클래스 등을 통해 영화 팬과 소통했다. 그는 이번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신작 '클라우드'와 '뱀의 길'을 선보였다.
스페인 거장 미겔 고메스 감독은 특별 기획 프로그램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그랜드 투어'를 비롯한 8편을 상영하고 관객을 만났다.
중국의 지아장커 감독과 프랑스의 파트리샤 마쥐이 감독도 각각 '풍류일대'와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을 가지고 부산을 찾았다.
(부산=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지아장커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풍류일대'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5 [email protected]
영화계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인 사람에게 수여되는 까멜리아상의 첫 수상자인 류성희 미술감독도 주목받았다. 그는 5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길을 돌아보며 후배 여성 영화인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논란을 일으킨 작품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배경으로 한 대니 로젠버그 감독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는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전쟁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 시위에 나서면서 첫 상영일 관객과의 대화(GV)가 취소되기도 했다. 5일 열린 GV에선 로젠버그 감독과 관객 사이에 열띤 대화가 오갔다.
(부산=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대니 로젠버그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이스라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5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