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신예은 "극중극까지 다섯 작품 동시에 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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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라이벌 허영서로 열연…"고음 안 나와 8시간 연습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춘향전'은 아니리(장단 없이 말로 하는 사설)가 참 어려웠어요.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바보와 공주'요. 유일하게 맡은 밝은 캐릭터라서요. 이렇게 (여러 극중극을) 하다 보니 마치 다섯 작품을 동시에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tvN 드라마 '정년이'에서 주인공의 라이벌 허영서를 연기한 배우 신예은(26)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촬영 당시 기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정년이'는 1950년대 실제로 인기를 끌었던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이 때문에 드라마 속에서도 국극 공연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12부 분량에 '춘향전', '바보와 공주', '자명고', '쌍탑전설' 등 국극 4편의 주요 장면을 모두 담았다.
신예은을 비롯해 '정년이' 속 배우들은 공연이 오를 때마다 옷을 갈아입듯 새로운 배역에 맞춰 연기하고 소리를 한다.
연기에 더해 판소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신예은은 "고음이 잘 안 나왔다. '고음에 접근이라도 할 때까지 집에 가지 말자'고 생각하고 8시간 동안 개인 연습을 했다"며 "연습할수록 목소리만 상하고 나중에는 대본 연습조차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완벽한 소리꾼, 완벽한 무용수는 아니더라도 나중에 아쉬움은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노래를 부르면 얼굴이 빨개지고 긴장이 너무 되더라"며 "냅다 회사에 가서 직원들 앞에서 '소리하겠습니다'라고 '사랑가'를 부른 적도 있다. 당시 소리를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진짜 못 불렀다"고 웃음 지었다.
신예은은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A-TEEN)으로 데뷔해 2022년 '더 글로리' 속 악역 박연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주목받았다.
이번 '정년이'에서도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을 맡았다.
정년이가 타고난 국극 천재이자 원석 같은 캐릭터라면, 허영서는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칼같이 계산해서 연기하는 매란국극단의 에이스다.
신예은은 "극 중 영서가 겪는 다양한 사건, 다른 인물과 맺는 관계도 있지만 저는 무엇보다 영서의 감정에 더 초점을 뒀다"고 연기 포인트를 설명했다.
이어 "저만의 연기는 아직 모르겠다"면서도 "어떤 캐릭터를 주더라도 다 할 수 있다. 그런 확신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이'를 통해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영서가 얻은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영서는 국극을, 저는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동료들과 오랜 시간 연습하고 소통하면서 작품에 임하는 마음이 달라졌거든요. 매번은 아니더라도 연기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