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바 아빠와 삼촌은 어쩌다 숙적이 됐나…디즈니 영화 '무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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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프리퀄…신선한 스토리·진화한 CG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디즈니 작품을 논할 때 '라이온 킹'을 빼놓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1994년 개봉한 이 작품은 한 해 동안 세계에서 7억8천만달러(약 1조1천200억원)의 극장 매출을 올리며 대흥행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라이온 킹'이 동화를 원작으로 하지 않고 순수 창작 각본을 토대로 만든 첫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어린 사자 심바의 꿈과 모험은 어린이들에게 동화보다 더 진한 감동을 안겼고, 역사상 가장 뛰어난 애니메이션을 꼽을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영화를 바탕으로 한 실사 영화 '라이온 킹'(2019) 역시 16억6천만달러(약 2조3천800억원)라는 수익을 달성해 역대 흥행 영화 9위에 올랐다.
그러나 상업적 성공과는 별개로 관객과 평단의 평가는 냉담했다. 애니메이션의 장면 하나하나를 그대로 모방한 수준의 리메이크작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동물 캐릭터들을 지나치게 실제처럼 구현해 감정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8일 개봉한 '무파사: 라이온 킹'은 같은 비판에 또다시 직면하지 않으려는 디즈니의 심기일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라이온 킹'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영화는 심바가 아닌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에런 피어 목소리 연기)와 그의 동생이자 라이벌 스카(켈빈 해리슨 주니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들이 어쩌다 둘도 없는 형제에서 숙적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인 만큼 '다 아는 얘기'인 '라이온 킹'보다 신선하게 다가온다. 오랫동안 무파사와 스카의 비밀이 궁금했던 팬들의 묵은 호기심을 풀어준다는 점도 관람 포인트다.
영화는 주술사 원숭이 라피키가 무파사의 손녀 키아라에게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실수로 계곡에 빠져 떠내려간 어린 무파사가 낯선 땅에 도착해 스카를 맞닥뜨리면서 본격적인 둘의 성장담이 시작된다.
사자 무리에서 '타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아버지를 이어 왕이 될 준비 중이던 스카는 무파사와 친형제나 다름없이 지내며 함께 큰다.
갈기가 조금 자라난 청년 무렵에 접어들 때쯤 백사자 무리의 습격을 받으며 둘은 위기를 맞는다. 무파사는 스카와 함께 어릴 적 어머니에게 들었던 낙원을 향한 여정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무리에서 이탈해 떠도는 암사자 사라비와 라피키도 만난다.
백사자 떼 탓에 끊임없이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지만, 무파사와 스카의 관계는 단단해지기는커녕 조금씩 균열이 간다. 왕의 혈통을 물려받은 스카가 아닌, 떠돌이 사자라고 손가락질당하던 무파사가 왕위에 점차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무파사가 스스로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듯하다. 한편으로는 스카에 대한 동정심도 생길 수 있다.
배리 젠킨스 감독은 "무파사는 완벽하게 태어나지 않았고 모든 것을 가진 특권층도 아니었다"며 "다른 이들을 위한 진심 덕분에 그가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상미 역시 1편보다 진화했다. '라이온 킹' 최대 매력인 동물들과 이들이 뛰노는 자연경관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생생히 구현돼 눈을 호강하게 해준다. 최고 수준의 VFX(시각특수효과) 기업 MPC가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의 자연을 연구한 뒤 4년에 걸쳐 이 작품 속 세계를 만들었다.
무파사가 계곡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백사자 무리와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 등은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실제 같다. 캐릭터의 표정이 잘 드러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도 큰 무리가 없다. 동물들이 노래를 부르는 신 역시 위화감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나 1편처럼 캐릭터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느껴진다. 무파사와 스카 같은 주요 캐릭터는 색깔이나 갈기 모양으로 누가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지만, 그 외 캐릭터들은 상황이나 목소리로 유추해야 해 다소 헷갈릴 수 있다.
118분.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