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인디 성지' 롤링홀 30주년…"음악이 멈추지 않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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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성 대표…"IMF보다 힘든 코로나19, 뮤지션 힘 모아 버텨"
"초심 간직한 BTS RM 인상 깊어…밴드는 대중음악 근간, 제2의 붐 온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롤링홀의 모토요? '음악이 멈추지 않는 곳'입니다. 지난 30년간 처음 멈췄던 게 코로나19 때였어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멈춘 적이 없었죠."
우리나라 '홍대 인디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전문공연장 서울 마포구 롤링홀이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신촌의 '클럽 롤링스톤즈'로 처음 문을 연 롤링홀은 2004년 지금의 홍대 인근으로 옮겨온 뒤 21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인디 문화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김천성 롤링홀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롤링홀은 더 이상 제 것이 아닌 뮤지션들의 공간이라는 생각"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 대표는 "IMF, 세월호 참사, 메르스 등 많은 사건·사고를 겪었지만 가장 힘든 것은 코로나19였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라며 "가장 힘든 그 시기에도 뮤지션들이 '우리의 무대를 지켜 주세요' 같은 온라인 콘서트로 힘을 모아 도와줬다. 그 기간이 롤링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20대 청춘 시절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벌써 50대 중년이 됐다"며 "30년 동안 사랑을 이리 많이 받았으니 뮤지션과 관객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 대표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형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밴드 음악의 매력에 푹 빠졌고, 지인으로부터 1997년 롤링홀을 인수했다. 스키드 로우나 건즈앤로지즈 등 LA 메탈 밴드를 즐겨 듣던 그에게 라이브 클럽에서 형의 연주를 직접 본 경험은 '신세계'를 열어줬다고 한다.
'대표' 명함을 달고는 있었지만 20대 중반에 불과했던 그가 공연장을 경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롤링홀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나위, 블랙홀, 사하라 등 1980∼90년대를 주름 잡은 1세대 헤비메탈 밴드들이 큰 도움을 줬다.
"블랙홀 선배님들에게 롤링홀 무대에 한번 서 달라고 몇 개월을 귀찮게 졸랐어요.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에 설 신인 후배를 위해 공연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록 음악 '전설'들은 다 한 번씩은 선 것 같습니다."
김 대표가 공연장을 인수한 첫 해 겨울 IMF 사태가 터졌지만, 199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에 밴드 음악 열풍이 불면서 롤링홀은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이 시기 YB,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지금도 우리나라 인디 신에서 활약하는 대표 주자들이 등장해 롤링홀에 섰고, 후일 '낭만 고양이'로 대박을 터뜨린 체리필터도 평일 무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음악인에게는 늘 희망이 필요하다. YB가 롤링홀에서 공연하는 걸 보면 후배 뮤지션도 저렇게 성공하고 싶지 않겠느냐"며 "성공한 선배의 공연 오프닝으로 후배를 세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롤링홀이 그런 자리를 마련해줬다는 데에 자부심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연주자 등 대중예술인은 '유흥 종사자'로 분류되는 바람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면 불법이던 라이브 클럽은 그를 포함한 인디 음악계가 한목소리를 낸 덕분에 1999년 식품위생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합법화됐다.
김 대표는 "롤링홀을 운영하면서 음악 소극장 문화는 홍대라는 인식을 만들어낸 것 같아 뿌듯하다"고 되돌아봤다.
인디 뮤지션 외에도 지난 30년 동안 볼빨간사춘기, 소찬휘, 홍이삭, 이승열, 백예린, V.O.S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롤링홀 무대에 섰다.
김 대표는 그중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2022년 연 솔로 공연과 '대세 밴드' 데이식스가 2015년 데뷔 첫 해 연 콘서트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RM이 뮤지션을 꿈꾸며 언젠가 꼭 롤링홀에서 공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던데, 참 고마운 일이죠. 월드스타가 됐는데도 (이곳에서 공연했다는 것은) 초심을 지킨 거잖아요. 정말 멋있게 느껴졌고,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데이식스가 지금은 고척스카이돔도 매진시키는 아티스트가 됐는데, 초창기 이곳에 설 때부터 그리될 줄 알았다"며 "그 친구들은 곡도 잘 쓰고 음악을 들어보면 무언가 달랐다. 너무 잘 돼서 좋다"고 말하며 자기 일인 양 환하게 웃었다.
롤링홀은 매년 초 발라드, 포크, 록, 힙합을 아우르는 개관 기념 공연을 선보이는 등 자체 기획 공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는 30주년을 맞아 YB, 노브레인, 잠비나이, 극동아시아타이거즈, 크라잉넛, 허클베리피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무대에 오른다.
김 대표는 "밴드 음악은 대중음악의 근간이다. 여기에서 수많은 장르가 파생되기에 K팝이 월드와이드 뮤직이 될 수 있던 것도 이런 뿌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제2의 밴드 붐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밴드의 르네상스가 다시 시작돼 올해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10년을 더할지, 20년을 더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살아 있는 한 롤링홀을 계속할 겁니다. 그동안 함께한 뮤지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400명 규모의 작은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 추억을 주는 곳이라 생각하면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