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함께 걸어온 레즈비언 커플의 행복…다큐 영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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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김인선 커플 삶 조명…감독 "두 사람의 일상 담으려 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사람이 한 번 살고 가잖아요. 예행연습이라는 게 없잖아. 어떻게 됐든 한 번 살고 가면 끝이니까…자기가 정말 사랑하고 함께 생활하고 싶은 사람하고 살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겠어요?" (이수현)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은 독일에서 40여 년의 세월을 함께한 레즈비언 커플 이수현과 김인선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1970년대 파독 간호사로 독일로 각각 왔다가 재독 여신도회에서 마주쳤다. 수현이 첫눈에 띈 인선에게 들꽃을 한 움큼 꺾어 준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됐다.
2019년 70대 노년이 된 이들의 일상은 우리네 보통의 삶과 다르지 않다. 같이 밥을 해 먹고 맥주와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해변에 놀러 가 돗자리를 깔고 같이 누워있기도 한다.
일상 곳곳에는 두 사람의 사랑이 스며있다. 물뿌리개를 사용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인선을 수현이 도와주고 한국으로 두 달간 떠나는 인선을 수현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영화는 이들의 사랑을 과장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담아낸다. 소수자의 삶을 무겁게 그리기보다는 가볍게 터치하듯이 그렸다.
이들의 삶도 유쾌하다. 병원에 입원한 인선이 자신의 등에 연고를 발라주는 수현에게 "특별간호사"를 언급하자 인선은 '특별간호사 월급을 인상해준다고 하지 않았냐'며 되묻는다. 한국으로 떠나는 자신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수현에게 인선은 춤동작을 보이기도 한다. 보는 이에게까지 웃음을 전염시키는 행복한 순간들이다.
가벼운 '터치'와 유머로 소수자의 삶을 유쾌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인선과 수현이 함께 춤을 추는, 잊지 못할 아름다운 장면도 있다.
5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을 연출한 반박지은 감독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했던 파독 간호사 관련 전시에서 인선과 수현이 찍힌 사진을 본 것이 제작의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사진 속 인선과 수현은 나치 박해를 받은 동성애자를 추모하는 기념비 앞에서 손을 잡고 있었다.
감독은 "(두 사람이)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고 나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상적인 것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인선과 수현이 한국과 독일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에 참가하고 길거리로 나가 여러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담았다.
감독은 이에 대해 "몸도 힘들고 자신들 먹고 사는 것도 힘들 거 같은데 (길거리로) 나가서 목소리를 내는 점이 존경스러웠다"며 "사랑이 두 분 안에서만 머무는 게 아니라 두 분과 비슷한 분들, 성소수자, 이민자, 여성 등으로 사랑이 퍼져나간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 시사 간담회에서 반박지은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다형 프로듀서. 2025.2.5 [email protected]
두 사람의 삶은 혼자 이방인으로서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던 감독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감독은 인선·수현 커플과 관계를 맺으며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감독은 "(스태프로서) 독일에 있는 파독 간호사와 한국에 있는 이주민 중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여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며 "세월호 생존자 다큐멘터리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12일 개봉. 80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