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사랑한다' 이형민 PD "16부→6부 압축하며 핵심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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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리마스터링…"그때도 독특했던 드라마, 지금 시청자도 좋아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원래 16부작이었지만, 반복되는 장면이나 늘어지는 정서를 과감하게 많이 쳐냈어요. 차무혁(소지섭 분)과 송은채(임수정)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니 총 6편이 나오더라고요. 어쩌면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엑기스'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2004년 인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연출하고, 최근 리마스터링 감독판 버전을 내놓은 이형민 PD를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났다.
리마스터링 버전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의 '뉴 클래식 프로젝트' 일환으로, 이 PD는 물론 편집, 음악 감독을 포함해 원작 제작에 참여한 주요 스태프들이 다시 뭉쳐서 만들었다.
16부작을 3분의 1 수준으로 압축했지만, 손대지 않고 그대로 살린 부분들도 있다.
이 PD는 "은채와 무혁이의 명장면은 단 한 프레임도 버린 것이 없다"며 "버려진 입양아인 무혁이의 슬픈 느낌이 나는 호주에서의 장면들도 거의 줄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드라마가 특이한 점은 대사가 많지 않고 지문이 많다는 점"이라며 "표정 하나, 느낌 하나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에 편집 과정에서도 행여나 잘린 프레임이 없는지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고심 끝에 지하철에서 은채가 "사랑해"라고 소리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말없이 받아주는 무혁이의 슬픔을 참는 눈빛이 너무 좋았다"며 "다시 보는데도 울컥하더라"고 돌이켰다.
20년 전 드라마 속 감성과 캐릭터가 오늘날 젊은 시청자들도 끌어모을 수 있을까.
이 PD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20년 전에도 특이한 멜로 드라마였다"며 "재벌가 남성, 선남선녀가 카페에서 대화하는 그런 드라마들이 나오던 시절에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거칠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트장보다는 자연광이 드는 외부 촬영을 선호했다"며 "드라마에 나오는 거실과 욕조, 모텔, 여인숙 등도 모두 세트가 아니라 현장에서 어렵게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텔에서 무혁과 은채가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비가 내리고 양말에서 물이 떨어지고, 커피포트가 끓는 장면을 더해 독특한 화면구성을 살렸다고 덧붙였다.
자연스러운 연기도 한몫했다. 그는 "소지섭·임수정 두 배우의 이른바 '리즈 시절'(전성기)을 담았고, 또 그 연기가 오늘날의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스타일도 더없이 트렌디했다. 임수정이 당시 입었던 옷, 신었던 어그 부츠 등은 금세 유행이 됐다. 이 PD는 "굳이 비유하자면 강남이 아니고 홍대 스타일 아니었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이처럼 당시에는 독특했던 연출과 연기, 스타일링 등이 더해지면서 지금까지 회자되는 드라마가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20년 만에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새 숨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데는 팬들의 사랑이 있었다.
그는 '미사 폐인'으로 불리는 골수팬들의 변함없는 애정을 언급하며 "불과 몇 년 전에도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가장 재방송이 많이 된 드라마라고 들었다. 또 3040 세대를 중심으로 유튜브에서 '띵작'(명작) 다시보기가 이뤄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원작의 결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어요.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처음 보는 분들은 요즘 드라마 호흡과 가까운 6편을 봐도 되고, 원작이 그리운 분들을 위해 16편을 모두 리마스터링했습니다. 지금까지 사랑받은 만큼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여전히 어떤 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