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땅, 꿈을 꾸는 여자와 그를 지키는 남자…'북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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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공개 디즈니+ 시리즈…전지현·강동원에 정서경 작가 합류
외교관·대통령·회장 등 강인한 여성 캐릭터 눈길…한반도 정세 불안 소재로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꿈'이라는 단어에는 상반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실현하고 싶은 이상, 또 하나는 실현될 리 없는 허무한 기대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북극성'은 "꿈을 꾸었다"는 서문주(전지현 분)의 나지막한 독백으로 서두를 뗀다.
그래서 문주가 꿈꾸던 목적지에 가닿을지, 아니면 그의 소망이 허망한 물거품처럼 흩어질지 모른 채로 이 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문주는 '진실에 기반하지 않은 외교는 실패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일해 온 대한민국 유엔 대표부 대사다.
오랜 기간 국제 외교무대를 누비다가 유력한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이자 남편인 장준익(박해준)의 출마 선언이 임박하자 직을 내려놓고 한국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장준익을 겨냥한 피격 사건이 일어나고, 문주는 그 대신 대통령 후보로 나서며 정계의 중심에 발을 들인다.
압도적인 지지율, 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막후에서 돕는 시어머니, 유능한 보좌진의 도움 속에 당선은 시간문제인 듯 보이지만, 시시각각 알 수 없는 세력이 문주의 생명을 위협한다.
정체불명의 특수요원 백산호(강동원)는 그런 순간마다 나타나 문주를 구한다.
국적도, 과거도, 자신을 돕는 이유도 알지 못하기에 문주는 산호를 경계하지만, 헌신적인 보호가 이어지자 점차 마음을 연다.
'북극성'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지치지 않고 이상을 좇는 여성 캐릭터다.
주인공 문주는 옳다고 생각한 바가 있다면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는 인물이다. 대중은 그녀를 '잔 다르크'라고 부른다.
제작진은 문주가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는 장면, 총을 든 사람 앞을 맨몸으로 막아서는 모습, 진심 어린 연설로 대중을 사로잡는 얼굴을 차례로 보여주며 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조명한다.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문주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문주의 시어머니이자 해운사 회장인 임옥선(이미숙)은 정치권을 주무르는 막후의 실력자다.
"그 애(문주)를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 겁니다, 사건은 점점 커져서 하나의 현상이 될 거고, 곧 신화가 될 거예요"라는 옥선의 대사는 '킹메이커' 역할을 압축해 보여준다.
극 중 대통령인 채경선(김해숙)도 여성으로 설정했다. 언뜻 보면 사람 좋아 보이는 소탈한 모습이지만, 동시에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과거 드라마에서 대통령, 킹메이커, 정치 신예 스타와 같은 역할은 대부분 남성 캐릭터에게 주어졌지만, '북극성'에서는 모두 여성이 연기했다.
정서경 작가는 "파워풀한 여성의 이야기를 언제나 하고 싶었다"는 김희원 PD의 말에 영감을 얻어 '북극성' 대본을 집필했다.
이미숙, 김해숙에 더해 최종원, 박인환, 오정세, 유재명, 박해준 등 연기력으로는 빠지지 않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존 조도 앤더슨 밀러 미 국무부 차관보 역할을 맡으며,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에 출연했다.
여러 배우가 날 선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한국을 넘어서 북한, 미국 등 국제 정세의 불안한 움직임도 중요 소재로 활용했다.
극 중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악화하고, 한반도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된다.
채경선 대통령의 말처럼 '생각보다 큰 판'이고 '자연재해처럼 피할 수도 없는' 일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셈이다.
예고편에서는 반복적으로 '우리는 이 폭풍우를 뚫고 북극성을 향해'라는 문구를 쓰는데, 이 폭풍우는 한반도에 불어닥친 국제 정치의 파고를 뜻하는 듯하다.
영상미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작진은 성당, 지하 통로, 재벌가 안방 등 배경이 되는 장소에 공을 많이 들였다. 장준익 피격 사건이 발생하고, 문주와 산호가 처음 만나는 성당은 직접 세트를 지어 구현했다.
경건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이 묻어나는 성당, 어둡고 복잡한 지하통로, 정·재계의 비밀이 들어있는 대형 철제 서랍 등 장면마다 압도적인 배경과 소품이 등장한다.
총 9부작으로 언론에는 1∼3화가 먼저 공개됐다.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고, 미국·이라크 등 13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화려한 액션 등이 더해져 영화 같은 시리즈가 완성됐다.
다만, 극 여기저기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3화까지는 꽤 느리고 무겁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특유의 숨 가쁜 속도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김희원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제작발표회에서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휘몰아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10일부터 순차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