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모지' 진주서 피어난 뮤지컬 독립영화 '경성유랑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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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간 '짧고 굵게' 촬영·1년 6개월 편집…지역 배우와 스태프 집념으로 완성
지난달 서울 시사회 '기대 이상 재미있었다' 반응 많아…24일 정식 개봉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지역에서 활동하면 늘 '지역 작품'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집니다. 지역 배우, 스태프들에 대한 선입견도 크고요. 이 틀을 깨고 싶었습니다. 뮤지컬 영화는 관심을 얻기 쉽고 지역에 대한 편견 없이 작품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뮤지컬 영화의 성공이 유독 어려운 한국 영화계에서 제작 여건이 열악한 지역 독립영화로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지난 14일 경남 진주시 중안동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만난 지역 토박이 박진용(49)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뮤지컬 연출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그는 1억8천만원이라는 빠듯한 예산으로 일제강점기 유랑극단의 삶을 그린 뮤지컬 영화 '경성유랑극단'을 완성해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 감독은 진주에서 나고 자란 뒤 잠시 부산과 서울에서 활동했지만 '지방에서 뭔가 해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의 예술 여정은 음악에서 시작됐다.
클래식을 공부하려다 실용음악으로 진로를 틀었고, 이후 연기에 대한 관심과 결합해 '종합예술'인 뮤지컬에 빠져들었다.
"2014년 '공연예술BOX 더플레이'를 창단하고 3·1운동 100주년 뮤지컬 '의기' 등 지역 이야기를 담은 장편 창작 뮤지컬을 15편 정도 만들었습니다. 역사물도 있고, 젊은 감성의 판타지도 있죠. 지역에서는 창작 뮤지컬을 찾기 어렵다 보니 작품을 올릴 때마다 반응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박 감독은 2017년부터 영화에 관심을 가졌다.
지역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작품의 외연을 확대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화 불모지나 마찬가지인 진주에서 영화 제작은 녹록지 않았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 등에서 제작과 배급 지원을 일부 받았지만, 총제작비는 1억8천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모자란 제작비는 협동조합 운영 등으로 얻은 이익을 보태 충당해야 했다.
"뮤지컬은 춤, 노래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 이익을 얻기 어려워요. 교육사업이나 문화행사 기획으로 번 돈을 영화 제작비로 돌렸죠."
특히 지역 영화인들을 주축으로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주연급 4∼5명을 제외한 주·조연과 단역 30명가량이 모두 진주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었다.
촬영은 합천영상테마파크 이틀을 포함해 진주 일대에서 단 13일 만에 '짧고 굵게' 진행됐다.
"하루라도 비가 왔으면 큰일 날 조건이었습니다. 숙식비를 아끼기 위해 최대한 빨리 찍어야 했죠. 합천에서는 엑스트라를 구하지 못해 주·조연과 스태프들이 옷을 갈아입고 엑스트라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예산 문제로 인한 후반 작업 지연이었다.
'일단 찍고, 후반 작업은 돈을 벌어 충당하자'고 생각했다는 박 감독은 결국 1년 6개월 동안 편집 등 후반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경성유랑극단'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 편에 선 극단 단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질문을 던진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독립군이었을까, 친일파였을까. 이 사람들이 친일파가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닐 겁니다. 살기 위해 밀고를 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고요. 다양한 시각으로 인물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9월 30일 열린 서울 시사회에는 2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후 이탈리아에서까지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현재 개봉관은 미정이지만, 오는 24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 감독의 다음 목표는 '경성유랑극단'을 다시 무대로 옮겨 새롭게 각색해 올리는 것이다.
"계속 뮤지컬을 제작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되고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지역의 한계를 깨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