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술래인데 왜 범인을 잡지 않을까?…쭉 궁금하길 바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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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서 베테랑 경찰 윤보민 역…"쿵 소리 안 나도 볼 사람"
"이 나이에 제복이라니…제 도전으로 후배들에게도 새 기회 열리기를"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가까이 앉아요. 저희." 옆자리 의자를 빼주며 머뭇거리는 기자들을 가까이 불러 앉힌 배우 이정은은 친근한 수다로 분위기를 편안하게 풀어내다가, 먼저 인터뷰의 첫 질문을 띄웠다. "작품은 어떻게 보셨어요? 아주 난리가 났던데요. 하하"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공개를 기념해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정은은 "웬만한 시청자 반응을 다 찾아본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시청자 반응이 마치 윤보민과 유성아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아서 너무 재밌다"고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이정은은 강력계 형사 출신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시골 파출소장으로 부임한 베테랑 경찰 윤보민을 연기했다. 타고난 듯한 뛰어난 관찰력과 수사 능력으로 범인을 추적해내 '술래'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정은은 "별명이 '술래'라면서 4회까지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 보기만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시청자분들이 제가 뭘 보고 있는지를 궁금해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다시 보면 제가 유심하게 지켜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며 "윤보민은 섣부르게 행동하는 대신, 피해자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개구리를 뜻하는 '더 프로그(The Frog)'라는 영어 제목으로 번역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속 우연한 계기로 피해자가 된 개구리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무리하게 빚을 내 차린 모텔이 연쇄살인범의 범죄 현장으로 쓰이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게 된 구상준(윤계상 분), 한 여자의 광기 어린 집착에 휘말리게 되는 또 다른 펜션 주인 전영하(김윤석) 등이 '개구리'로 등장한다.
이정은은 윤보민을 "우연히 맞은 개구리를 보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매회 도입부에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는 내레이션이 나오잖아요. 다른 내레이터들이 쓰러진 나무들이라면, 윤보민은 '쿵' 소리가 안 났더라도 뒤돌아볼 사람이죠."
이정은은 "신참 순경일 때 구상준의 가족이 어떤 고통을 겪게 되는지 지켜본 윤보민은 억울한 피해자를 최소화하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생긴다"며 "개구리를 잡기 싫어서 범인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흔히들 범인을 잡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로 인해 억울한 사람들이 받을 피해는 고려하지 못하잖아요. '왜 술래인데도 가만히 있을까?'하는 답답함이 시청자들의 마음속에서 중요한 질문으로 계속 떠오르기를 바랐어요."
윤보민은 시종일관 침착하고 냉철한 태도로 한 발짝 물러서 사건을 추적한다. 주위 사람들은 윤보민은 본능적인 감각이 있는 타고난 형사라고 혀를 내두르지만, 이정은은 "윤보민은 주위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성실함을 가진 인물"이라고 짚었다.
"굳이 현장에 가서 물탱크를 살피고, 사진을 찍잖아요. 무언가에 흥미를 느낄 때 가서 확인하는 그 추진력과 성실성이 윤보민의 무기죠."
1991년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데뷔한 이정은은 필모그래피에 영화 40편, 드라마 58편이 올라가 있다. 앞으로 개봉 예정인 영화만 2편, 공개 예정인 드라마도 3편이 있다. 이정은은 윤보민과 성실함이 닮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원래 에너지가 좀 많은 편이고, 통증에 무딘 성격이라 에너지를 쏟을 때 고갈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잘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역을 꼭 하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제가 이 나이에 제복 입고 일하는 사람을 표현해내면 후배들에게도 나중에 비슷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슬슬 연령이 높은 역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웃어 보였다.
이정은은 돼지 목소리(영화 '옥자'), 괴기스러운 고시원 주인(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판사 출신 로스쿨 교수('로스쿨'), 50대 몸에 갇힌 20대 취준생('낮과 밤이 다른 그녀') 등 장르와 배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왔다.
이정은은 "새로운 시도를 해야 제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며 "배우로서는 '이 사람에게 이런 면이 있네?' 하는 폭을 늘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색다른 연기를 하는 것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느냐고 묻자, 이정은은 영화 '끝까지 간다'를 언급했다.
"제목 자체가 좀 마음에 들더라고요. 저는 나름대로 유순하고 둥글둥글하게, 적당한 삶을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제게 끝은 무엇일까 궁금해요. 배우로서 끝까지 가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