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세대와 다른듯 비슷한 시니어의 연애…진정성 내건 '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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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이상 출연진의 사랑 탐색전…깊이 있는 개인 사연으로 차별화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엄마는 어딜 가든 내 걱정만 하잖아. 이번에는 내 생각하지 말고, 엄마가 아닌, 정은주만을 위한 시간 보내길 바라."
갑작스럽게 홀로 생계를 책임지게 된 정은주씨는 어린 딸을 위해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어린애인 줄만 알았던 딸이 어느새 대학생이 되고 엄마의 새 연애를 응원해줄 만큼 어른스러워지자, 그는 나이 50세에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JTBC 시니어 연애 프로그램 '끝사랑'을 통해서다.
지난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끝사랑'은 50세 이상 출연진이 인생 후반전을 함께 할 끝사랑을 찾아 나서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8명의 시니어 솔로 남녀가 제주도에서 10일간 합숙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최종 선택을 하게 된다.
출연진은 실제 나이보다 열댓 살은 더 어려 보이는 깔끔하고 화려한 외모로 첫 등장부터 화제를 모았다. 모두가 흰머리가 지긋할 나이이지만, 첫 만남부터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는 모습은 여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속 2030 세대와 다를 바 없다.
'끝사랑'의 출연진을 돋보이게 만드는 차별점은 이들이 살아온 갑절의 세월 속에 있다. 이름과 나이를 제외한 개인 정보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사랑을 응원해주는 가족 구성원이 써준 편지는 이들의 깊은 사연을 짐작하게 한다.
미국에서 싱글대디로 딸을 키우며 요리를 익혔다는 이범천(55), 자정이 다 돼서 퇴근해도 집에 오면 웃는 얼굴로 아들 방을 제일 먼저 들렀다는 허정숙(55), 아빠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출연을 반대했던 두 딸의 응원 편지에 눈물을 쏟은 김재우(60)까지.
"이제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엄마를 사랑해주는 분을 만나서 남은 날들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어", "딸들은 자립해서 잘살고 있으니까 지금까지의 삶의 무게는 다 내려놓고 마음 맞는 좋은 분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보냈으면 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야", "내 앞가림은 이제 할 수 있으니 나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의 삶은 엄마를 위해 살았으면 좋겠어."
각자 다른 편지 속 구절이지만, 부모의 사랑을 응원하는 자녀들의 마음은 서로 닮았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출연진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몰입하게 된다.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규칙도 신선한 차별 포인트로 손꼽힌다.
'끝사랑'은 단순 지목, 혹은 간단한 문자로 하루 끝에 호감을 전하게 했던 다른 연애 리얼리티와 달리 편지라는 매체를 활용한다.
출연진은 밤마다 '끝사랑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친필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갖는데, 펜을 쥐고 한 글자 한 글자 골똘히 고민해가며 써 내려간 러브레터가 연애 예능의 핵심인 진정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해낸다.
노년의 연애는 젊은 세대의 연애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장면들을 만들어내며 신선한 재미를 전한다.
소풍을 떠나 필름 카메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은 연애 예능에서 숱하게 봐온 장면이지만, 풀숲에 핀 꽃의 이름을 알아보고, 토끼풀로 반지를 엮어 상대방의 손가락에 끼워주는 모습은 신선한 재미를 더한다.
혼자 자녀를 키우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나누고,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지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 역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연출을 맡은 신기은 PD는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 개인의 인생 서사가 현재의 사랑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며 "시니어 연애 프로그램이 담을 수 있는 메시지를 고민하며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사랑은 인생을 이해할 때쯤 찾아온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끝사랑'이 진정성 있는 노년의 사랑 이야기로 시청률 상승세를 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