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 벗고 라이브 쏟아낸 카녜이 웨스트…열대야 날린 힙합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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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수기자

    14년 만의 내한 콘서트서 전위적 퍼포먼스에 옛 히트곡까지 선물

    힙합 스타 카녜이 웨스트(예·Ye)
    힙합 스타 카녜이 웨스트(예·Ye)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고양=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컴 온, 컴 온, 컴 온!"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커다란 스타디움 한가운데에 마치 토성(土城) 같은 모래 언덕이 세워졌다. 그 위에 선 세계적인 힙합 스타 카녜이 웨스트(예·Ye)가 흰 후드에 마이크를 잡고 호응을 유도하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광란의 파티장으로 변신했다.

    힙합 마니아들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방 방 뛰었고, 이제 공연은 상관없다는 듯 무대를 등지고 덩실덩실 춤까지 추는 이들도 있었다.

    카녜이 웨스트의 내한 콘서트 '벌처스 리스닝 익스피리언스'(VULTURES LISTENING EXPERIENCE)에서다.

    그가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지난 2010년 동해안 낙산해수욕장에서 열린 힙합 페스티벌 이후 14년 만이다.

    이날 무대가 특별했던 것은 카녜이 웨스트가 얼굴을 드러낸 채 라이브를 했기 때문이다. 평소 독특한 언행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그는 콘서트도 복면을 쓰고 미리 녹음된 노래만 들려주는 '리스닝 파티' 형식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그가 한국에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옛 히트곡을 줄줄이 쏟아내자, 관객들은 마치 단체로 복권에 당첨된 듯 흥분을 숨기지 못했다.

    'T자'형 무대나 화려한 레이저 조명은 없었지만, 모래로만 쌓아 올린 독특한 무대는 카녜이 웨스트의 음악, 호흡, 손짓 자체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를 냈다.

    카녜이 웨스트는 2004년 첫 앨범 '더 칼리지 드롭아웃'(The College Dropout)으로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 어워즈'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이래 20년간 정상 자리를 지켜 온 힙합 스타다.

    그는 올해 2월 타이 돌라 사인과 협업한 앨범 '벌처스 1'(VULTURES 1)과 수록곡 '카니발'(CARNIVAL)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과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각각 차지하는 등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카녜이 웨스트는 이날 공연 예정 시각인 오후 8시보다 약 70분 늦은 오후 9시 10분께 검은 옷과 흰 복면으로 몸을 '꽁꽁' 감싼 채 한국 팬들 앞에 섰다.

    그는 공연 전반에는 미리 녹음된 자신의 노래에 흥겹게 몸을 흔들며 음악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다.

    카녜이 웨스트는 이러한 방식으로 빌보드 1위 히트곡 '카니발'을 비롯해 '리버'(RIVER), '라이프스타일'(LIFESTYLE) 등 최근 발매한 '벌처스 2'(VULTURES 2) 수록곡까지 잇따라 들려줬다.

    한국 팬에게도 유명한 히트곡 '카니발'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 고! 고! 고!' 하는 후렴을 떼창으로 따라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이날 공연에서는 볼거리도 풍성했다.

    카녜이 웨스트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꽝'하고 터져 나온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았고, 흰 말이 스타디움 트랙을 한 바퀴 빙 돌기도 했다.

    또 공연 도중 마치 영화 '아일랜드' 속 복제인간처럼 흰옷을 입은 댄서 수십명이 뛰쳐나오더니 모래언덕을 힘겹게 기어 올라갔다.

    카녜이 웨스트는 마치 교주가 추종자를 맞이하듯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이들을 인도하거나, 함께 스타디움 트랙 한 바퀴를 뛰는 등 독특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가 공연 후반 흰 의상으로 갈아입고 맨얼굴을 드러낸 채 라이브를 선보이자 장내는 순식간에 흥분에 휩싸였다. 게다가 일렉트로닉과 융합한 빌보드 '핫 100' 1위 히트곡 '스트롱거'(Stronger), 팝 느낌이 경쾌한 '굿 라이프'(Good Life) 등 초기 히트곡까지 줄줄이 열창하자 팬들은 선물이라도 받은 듯 감격스러워했다.

    걸그룹 뉴진스와 투애니원의 씨엘(CL) 등 K팝 스타들도 이날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아 카녜이 웨스트의 공연을 즐겼다.

    공연장 인근은 일찌감치 카녜이 웨스트를 보러 몰린 힙합 마니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패션 감각을 뽐내 온 가수의 명성에 걸맞게 관객들도 카녜이 웨스트의 얼굴이 프린트된 가면, 화려한 무늬의 검은 두건, '벌처스'가 적힌 굿즈 티셔츠,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가면 등으로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대구에서 아침 일찍 고교 동창과 함께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관객 최율(20)씨는 "카녜이 웨스트는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성과 개성이 현세대의 다른 래퍼와는 다르다. 그런 뛰어난 점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많이 찾는 것 같다"며 "최근 발매된 신보 '벌처스 2'는 일반 대중이 듣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나 같은 힙합 마니아에게는 그저 좋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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