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레이저·벤더스·모레티…초여름 극장가 채우는 예술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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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안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아우슈비츠 장교 부부 이야기
도쿄 청소부의 소확행 '퍼펙트 데이즈'…칸 감독상 '프렌치 수프'도 눈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우리나라 '시네필'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 해외 예술 영화가 이달 말부터 줄줄이 극장에 걸린다.
전 세계 영화제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감독들의 신작이 초여름 극장가를 보다 다채롭게 채울 전망이다.
영국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다음 달 5일 관객을 찾는다.
글레이저 감독이 '언더 더 스킨'(2013)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지난해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칸영화제에서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각각 받으며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글레이저 감독이 각본을 쓴 이 영화는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만연한 1943년을 배경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책임자인 장교와 그의 아내 이야기를 그렸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2010)으로 이름을 알린 크리스티안 프리에델이 루돌프 회스 장교 역을 맡았다. 지난해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로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산드라 휠러는 루돌프의 아내 헤트비히를 연기했다.
이에 앞서 오는 29일에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찬란한 내일로'가 개봉한다.
모레티 감독은 '나의 즐거운 일기'(1994), '아들의 방'(2001), '나의 어머니'(2015) 등 수많은 명작을 선보인 이탈리아의 대표 거장 중 한 명이다.
이번 신작은 위기에 처한 영화감독 조반니가 찬란한 내일로 향하기 위해 유쾌한 여정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모레티 감독은 자전적 요소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쓴 이 작품에서 직접 조반니를 연기했다. 조반니는 모레티 감독의 본명이기도 하다.
'노장' 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한 '퍼펙트 데이즈'는 오는 7월 3일 나온다.
'파리, 텍사스'(1984), '베를린 천사의 시'(1987) 등 수작을 내놓은 뒤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벤더스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일본 영화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는 도쿄의 청소부 히라야마의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순간을 그렸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1997),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2017) 등으로 유명한 야쿠쇼 코지가 히라야마를 연기해 작년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았다.
같은 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트란 안 훙의 '프렌치 수프'는 다음 달 19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20년간 함께 요리를 만들어온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시대극이다. 재료 준비부터 요리까지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 음식을 통해 두 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프랑스의 명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천재적인 요리사 외제니 역을, 브누아 마지멜이 그의 파트너이자 미식 연구가 도댕 역을 각각 소화했다.
비노슈와 마지멜은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키스'(1999)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해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한 사이다.
비노슈는 마지멜과 20년 만의 재회에 대해 "그가 나와 함께 작업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다시 만났을 때 매우 놀랐다"면서도 서로를 향한 존경과 사랑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