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말싸움 맞수 김선호-김강우 "액션보다 더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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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기관 간부로 호흡…긴장감 불어넣고 배경 해설
김선호 "3개월 동안 흡연 연습"…김강우 "영어 대사에 압박감 느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사실 이번 작품에서 저는 액션 연기가 없어서 속으로는 '이번엔 조금 편한가?' 싶었는데, 막상 다른 배우들이 찍은 액션 장면을 보니까 너무 부러웠어요."(김선호)
"몸으로 보여주는 액션 장면은 시선을 그쪽으로 돌릴 수 있는데, 저희는 맨날 둘이 앉아서 촬영해야 하니까요. 사실 그게 오히려 더 힘들거든요."(김강우)
최근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은 파괴력이 극도로 과장된 액션 장면으로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모든 주연배우가 액션 연기를 한 것은 아니다.
서로 대립하며 이야기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최 국장' 역할의 김선호와 '폴' 역할의 김강우를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뒷이야기를 들었다.
'폭군'은 인간의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연구 '폭군 프로젝트'를 이끄는 국가정보원 최 국장(김선호)과 이 프로젝트의 성과를 노리는 미국 정보기관 담당자 폴(김강우)의 대립을 다룬다.
프로젝트의 샘플을 손에 쥔 채자경(조윤수)과 그의 뒤를 쫓는 암살자 임상(차승원)이 액션을 담당한다면, 최 국장과 폴은 극의 서사를 전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스타트업'(2020)과 '갯마을 차차차'(2021)에서 로맨스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선호는 '귀공자'에서 거친 액션 연기를 선보였고, 이번 작품에선 냉정하고 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최 국장의 감정을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김선호는 "사실 끝까지 사태를 지켜보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인물을 연기해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첫 시도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최 국장은 프로젝트 성과를 빼앗으려는 폴과 수시로 신경전을 벌이는데, 최 국장이 폴에게 취조당하는 장면에서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이 장면에서 김선호는 "왜 너희는 다 해도 되는데 우리는 핵도 안 되고 이것(인체 강화 프로젝트)도 안 되는 거냐"고 따져 묻는다.
김선호는 "이 장면은 감정을 터뜨리는 버전과 감정을 갈무리해서 말하는 버전, 완전히 톤을 낮춘 버전 세 가지를 준비해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초췌한 최 국장이 되기 위해 김선호는 체중을 7㎏ 줄였다고 한다. 비흡연자인 김선호는 최 국장이 애연가라는 설정에 맞춰 3개월 동안 담배 피우는 장면을 연습했고,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눈을 비벼 가며 연기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김선호는 대사뿐 아니라 표정으로 최 국장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그는 "손의 떨림이라든지 앉은 자세라든지 '침묵의 무게'를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을 신경 썼다"며 "침묵할 때도 눈썹이나 눈빛 하나하나가 대사라는 걸 이번 작품에서 배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강우는 최 국장의 대척점에 선 폴 역할을 맡아 선이 굵은 연기를 선보였다. 폴은 인체 강화 프로젝트의 성과를 빼앗으려는 미국 정보기관의 간부라는 설정이다.
김강우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귀공자'에서도 악역인 한 이사 역할을 맡았다. '귀공자' 역시 박훈정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고, 극 중 김선호와 대립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연달아 공통점이 많은 인물을 연기한 점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는지 묻자, 김강우는 "사실 두 역할이 비슷하다고 느끼지는 않아서 그 부분 때문에 망설이진 않았고 다만 '폭군'의 폴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고민 때문에 (출연을) 망설였다"고 대답했다.
김강우는 "폴은 자칫 허공에 붕 떠 있는 듯 비현실적인 인물로 여겨질 수 있어서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설명처럼 폴은 한국계이면서도 미국 정보기관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로 한국어만큼이나 영어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독특한 인물이다.
영어 대사에 대해 김강우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작품이다 보니까 외국인들이 보기에 영어를 너무 못하면 창피할 것 같아서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며 "연습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매일 발음을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폭군'은 폴의 입을 통해서 사건의 개요나 배경을 설명하는 장면이 많다. 김강우는 폴이 해설자로서 기능도 수행하는 점을 고려해 대사를 소화하는 박자에 신경 썼다고 한다.
그는 "일부 장면은 대사를 거의 1.5 배속에 가깝게 했다"며 "대사만 2분 가까이 되는 장면인데, 평소 속도로 말했다면 4분으로 늘어나고 긴장감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여러 부담 때문인지 김강우는 "차라리 액션 장면을 찍는 게 편하겠다, 치고받고 싸우는 게 오히려 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부담감 속에서도 '귀공자'에서 합을 맞췄던 김선호와 어려운 말싸움 장면을 촬영하면서 서로 동병상련을 느끼고 의지했다고 한다.
"부담이 있긴 했지만, (김선호와) 서로 '이번에는 피범벅은 안 되니까' 하고 위로하면서 찍었어요. 서로 '앉아서 촬영하면 좋지 뭐', '이번 촬영은 몸이 편해서 불안해요'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