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어떤 느낌이길래?"…드라마 인기에 성인용품 판매 '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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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연기자

    '우머나이저' 판매량 10∼20% 상승…생일선물로 주며 일상적 '반려기구'로 자리매김

    1980∼90년대 도로변 '이름없는 봉고차' 판매서 도심 번화가 '밝고 환한 매장'으로

    국내 최대 성인용품점 '레드컨테이너'
    국내 최대 성인용품점 '레드컨테이너'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내 최대 성인용품점 프랜차이즈 '레드컨테이너'에 각종 성인용품이 진열돼있다. 2024.11.13.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어떤 느낌이길래 폭죽이 터진다고 하는 건지 궁금해졌어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강모(35·여) 씨는 최근 JTBC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를 보고 온라인으로 성인용품 '바이브레이터'를 구매했다.

    이씨는 "주인공이 처음으로 성생활 용품을 사용한 뒤 그 쾌감을 폭죽 터지는 데에 비유했다"며 "도대체 어떤 기분이길래 저렇게 표현했을까 싶어서 하나 구매해봤다. 아직 써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가 성인용품에 대한 관심을 쏘아올렸다.

    이 드라마는 1992년 한 시골 마을에서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4명의 여성을 그린다. 금기시됐던 여성의 성욕을 정면에 내세워 여성들이 사회적 편견에 맞서 성장하고 연대하는 이야기다.

    아래가 뚫린 속옷을 두고 '손님이 어서 들어오시라고 문을 열어 놓고 장사하는' 가게 주인의 마음에 빗대거나, 남사스럽다는 주민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셔터는 주인이 내리는 것"이라며 이겨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공감과 통쾌함을 자아낸다는 반응이다.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대화에 등장하는 '바이브레이터'라는 단어를 부분적으로 '삐' 처리하고, 폭죽 영상을 삽입하는 등 경쾌한 톤을 유지하며 '음지'의 소재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최근 최고 시청률 7%대를 기록했다.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성 성기구 브랜드 '우머나이저' 공식 수입사 그린쉘프에 따르면 '정숙한 세일즈' 방영 이후 4주간 우머나이저 판매량은 평월 대비 10∼20%, 작년 동기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그린쉘프 측은 "긍정적 문화 콘텐츠를 통해 여성 성인용품에 대한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고객이 우머나이저와 같은 성기구를 단순한 성인용품이 아닌 자기 돌봄 혹은 웰니스(wellness)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것도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성인용품샵 레드컨테이너 김정은 마케팅 총괄 책임자는 "오프라인 매장은 의외로 여성 고객이 더 많은 편"이라며 "직접 진동도 느껴보고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기 위해 현장 구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남성 고객이 가게에 들어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여성 고객이 친구들과 함께든 혼자든 자유롭게 오가는 분위기"라며 "나에게 딱 맞는 제품을 찾아 경험의 폭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반려기구'로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우머나이저 설명
    우머나이저 설명

    [그린쉘프 홈페이지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1980~9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는 성인용품을 '이름없는 봉고차'에서나 살 수 있었다. 한적한 국도변에 성인용품을 채워 넣은 봉고차를 세워둔 채 손님을 기다리는 모자 쓴 '아저씨'들이 있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성인용품점은 홍대, 이태원, 강남 쪽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음지'에서 밝고 환한 '양지'로 나온 지 오래. 대표적 화장품 편집숍에도 관련 제품을 구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도 관련 온오프라인 매장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맞춰 마침내 국내 TV에서도 성인용품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선보이게 된 것이다.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로 성생활 용품을 준다는 이모(36·여) 씨는 "예전엔 여자들이 성적 쾌락에 대해 쉬쉬하는 면이 많았지만 이젠 그런 분위기가 아니지 않느냐"며 "불편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들 만족스러워해서 세상이 많이 바뀌었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딸과 함께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김모(54·여) 씨는 "(드라마에서) 성기구를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그것마저도 드러내야 했다고 본다"며 "딸은 친구들끼리 삽입용 기구 크기가 안 맞아서 교환했다는 등 사용 후기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이제는 그런 세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보여주고 공론화해서 여성과 남성이 성생활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국내에서) 성담론을 이렇게 정면에 내세운 드라마는 '정숙한 세일즈'가 사실상 처음"이라며 "OTT(동영상 스트리밍)를 통해 BL(보이스 러브), GL(걸스 러브)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시청자들의 인식에 변화가 있었고 '정숙한 세일즈'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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