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도 떨게 만든 '이친자' PD…"연출 보는 맛 살리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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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화 PD 인터뷰…"궁금하고, 추측하게 만드는 연출이 목표"
"직접 고른 드라마 제목…등장인물 대부분 친밀한 배신자들"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속내를 알 수 없는 의심스러운 딸 장하빈(채원빈 분). 드라마는 부감(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샷으로 그가 어두운 골목길을 저벅저벅 걸어가는 모습을 담아내는데, 집에 가까워지자 그의 그림자는 두 개로 분리된다. 가족 앞에서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장하빈처럼.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치밀한 연출이 돋보이는 스릴러다. 그림자와 조명, 유리와 거울 등을 활용해 만든 감각적인 미장센(화면 구성)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호평을 끌어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연화 PD는 "카메라와 배우의 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을 공들여 완성했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데뷔 35년 차 대선배 한석규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송 PD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었을 정도다.
송 PD는 "드라마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연출의 의도를 궁금해하고 유추해보는 맛이 감상하는 재미를 높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고, 시청자들이 곱씹어 생각하게 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TV 드라마는 영화보다 훨씬 직관적인 콘텐츠지만, 시청자들이 디테일을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막연하게 기대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는 15일 최종회를 공개하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면서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린다.
MBC 극본 공모전을 통해 발탁된 신인 작가 한아영의 극본을 송 PD가 작가와 6개월 동안 수정해서 완성한 작품이다.
송 PD는 "공모전에서 발탁된 한 작가의 초기 극본과 드라마화된 최종 극본은 장태수(한석규)와 하빈이의 부녀 관계를 제외하면 많이 다른 이야기"라며 "작가님이 다른 기획 PD와 1년 반 동안 수정 과정을 거쳤고, 이후 제가 연출을 맡으면서 이야기가 다시 한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극본으로 이렇게 길게 작업하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회사에서 양해해준 덕분에 작품이 더 숙성할 시간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드라마의 제목도 송 PD가 직접 골랐다.
그는 "당시 읽던 책 제목이었는데, 드라마와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 출판사에 양해를 구하고 제목을 바꿨다"며 "하빈이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친밀한 배신자들이란 사실이 재미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 제목은 장태수에게도 해당한다고 봤어요. 본인이 살았던 삶에 대한 후회, 선택의 어리석음을 깨달으면서 과거의 자신에게 배신감을 느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송 PD는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로 장태수가 구대홍(노재원)에게 말한 "네가 나에 대해 뭘 아는데"를 꼽았다.
그는 "이 날카로운 대사가 작품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것 같다"며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가족의 이야기다. 가장 가까운 타인에 대해 우리가 과연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생각해보게끔 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공동 연출로 데뷔한 송 PD는 이번 작품이 홀로 연출한 첫 번째 미니시리즈였다.
송 PD는 "이 드라마에서 제가 목표했던 수준의 연출적 완성도를 성취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더 세세하게, 꼼꼼하게 준비하며 만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냥 찍을 수 있는 장면도 여러 아이디어를 고민하며 새롭게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선한 장면을 담아내고 싶었죠. 목표했던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쉬움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