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설정·예측 불가 전개…에로티시즘 스릴러 '히든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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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 김대우 감독 신작…송승헌·조여정 주연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성진(송승헌 분)은 얼핏 다 가진 남자처럼 보인다.
외모는 지나가던 사람도 돌아보게 할 만큼 훤칠하고, 젊은 나이에 클래식 악단 지휘자로 임명될 정도로 능력도 뛰어나다. 거기다 부잣집 딸 수연(조여정)과 약혼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예비 처가 앞에선 고개 숙인 남자다. 남들은 성진을 자수성가했다고 추켜세워도, 수연이 아니었다면 지휘자 자리도 대궐 같은 집도 가지지 못했다는 걸 그는 잘 안다.
결혼을 몇 달 안 남기고 수연이 돌연 잠적하면서 성진은 이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수연은 도저히 결혼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말만 남기고 연락을 끊어버린 상태다.
방황도 잠시, 성진은 악단에 새로 들어온 수연의 후배 첼리스트 미주(박지현)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수연과 성진의 신혼집은 어느새 미주와 성진이 욕망을 푸는 장소가 된다.
김대우 감독의 영화 '히든페이스'는 콤플렉스로 가득한 한 남자가 분에 넘치는 연인을 배신하고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로 시작된다.
김 감독의 전작 '음란서생'(2006), '방자전'(2010), '인간중독'(2014)에서처럼 뛰어난 영상미와 고혹적인 음악을 바탕으로 한 수위 높은 베드신이 이어진다.
에로티시즘만으로 남은 러닝타임을 어떻게 채울지 궁금해질 때쯤 영화는 일이 벌어지기 전 수연의 모습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면서 스토리를 비튼다.
알고 보니 수연은 집안 밀실에서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성진의 사랑을 테스트해보려 실종된 척 연기했다가 성진과 미주의 정사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당장 침대로 가 두 사람의 머리채를 잡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문이 고장 나는 바람에 밀실에 갇힌 수연은 이도 저도 하지 못한다. 아무리 유리창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도 둘은 아무런 기척도 느낄 수 없다.
성적 긴장감으로 팽팽했던 영화는 이때부터 스릴러·서바이벌 장르로 바뀌며 서스펜스를 쌓아간다. 살기 위해 곰팡이가 핀 생라면을 씹어먹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발악하는 수연은 처절하면서도 분노로 가득하다.
영화는 이후에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에로티시즘과 스릴러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과 파격적인 설정이 어우러져 도파민을 자극한다.
캐릭터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유욕으로 똘똘 뭉쳐 소시오패스처럼 보이는 수연, 수연이 밀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를 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기회주의자 성진, 질투에 눈이 멀어 극단적인 일을 벌이는 미주 등은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조여정, 박지현, 송승헌이 맞춤옷을 입은 듯한 연기로 몰입감을 더욱 끌어올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에로티시즘 영화가 그렇듯 '히든페이스' 역시 남성적 시각에서 여성의 몸과 마음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수연과 미주의 관계는 여성 관객이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주가 영화에서 여러 차례 하는 선택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특히 결말 부분은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릴 것 같다. 보는 사람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20일 개봉. 115분. 청소년 관람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