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을까…'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23일 8부작 전편이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이 수수께끼 같은 문장과 함께 시작한다. 매회 도입부에서 이 문장이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온다.

드라마는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이야기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2021년 한적한 전원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전영하(김윤석)와 2000년 시골 마을에서 낡은 모텔을 운영하는 구상준(윤계상)이 각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1∼4부를 공개했다.

2021년 전영하는 은퇴 후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여름날 그는 어린 남자아이를 데려온 유성아(고민시)를 투숙시킨다. 성아는 펜션에 놓인 턴테이블에 관심을 보이고, 영하는 LP판을 넣어 재즈 음악을 틀어준다.

다음날 전영하가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유성아는 이미 퇴실했다. 펜션을 정리하던 영하는 전날 성아를 위해 틀어줬던 LP판에 핏자국이 흥건하게 묻은 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펜션 앞에 세워둔 차의 블랙박스에 유성아가 아침에 떠나는 모습이 담겼는데, 커다란 가방이 하나 있을 뿐 성아가 데려왔던 남자아이는 찾아볼 수 없다.

2000년 구상준은 가난한 형편에 경매로 싸게 나온 모텔을 인수해 하루하루 열심히 일한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구상준은 모텔 앞에 차를 세워놓고 그 안에 앉아있는 한 남성을 발견한다. 상준은 그 남성이 비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고 생각하고 "모텔에서 하룻밤 묵고 가시라"고 권한다.

구상준은 이렇게 모신 손님에게 모텔에서 가장 전망 좋은 방을 싸게 내주고 친절을 베풀지만, 이 남성은 사실 연쇄살인마였다.

이튿날 구상준의 모텔에서 한 여성이 끔찍한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되고,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얼마 뒤 연쇄살인마는 붙잡혀 감옥에 갇히지만, 모텔에 손님이 끊기고 이웃에게 손가락질받으며 상준의 삶은 무너진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 닮았으면서도 차이점을 보인다. 영하의 펜션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흔적이 남지 않아 추측만 가능할 뿐 사실인지 알 수 없다. 반면 구상준의 모텔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눈앞에 펼쳐졌다.

만약 유성아가 정말 전영하의 펜션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구상준이 어떻게 됐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상준은 모텔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로 그간 쌓은 것들을 잃고 가족들도 절망에 갇힌다.

전영하의 펜션에선 정말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까? 만약 벌어졌다면 구상준이 겪었던 것과 같은 끔찍한 일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이처럼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절망적인 구상준의 이야기와 똑같은 절망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전영하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써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아울러 두 이야기 사이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부부의 배신과 서로를 향한 복수를 담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년)를 연출한 모완일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와 인상적인 화면 구성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장점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특히 두 이야기의 중심인물을 연기한 김윤석과 윤계상은 각 인물의 긴장감과 좌절감을 잘 표현했다. 김윤석은 충격과 긴장감, 고민 등 다양하고 복잡한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묘사했다.

배우 고민시는 금방이라도 끔찍한 일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은 의문스러운 분위기의 유성아를 연기했다. 화려한 색감의 의상과 소품이 어우러져 인물의 인상을 더 선명하게 했다.

이정은은 2000년 갓 임용된 경찰관으로서 처음 구상준의 사건을 수사했고 2021년 전영하의 펜션이 있는 지역 파출소장으로 부임한 예리한 직감의 윤보민을 연기했다.

시사회에 공개된 4회까지는 윤보민의 비중이 비교적 크지 않았으나 베테랑 형사가 시골 마을 파출소장으로 자진해서 부임한 데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등장인물이 느끼는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심리를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전이시키지만, 서스펜스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진입장벽이 있다.

이 드라마는 2000년과 2021년의 사건을 교차해서 보여주면서도 자막이나 내레이션으로 지금 보여주는 화면이 언제의 일인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아울러 몇몇 대사는 의미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매회 시작과 함께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이 어떤 뜻인지 중반부에 접어들기까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런 불친절함은 직접 의미를 곱씹어보길 좋아하는 시청자에겐 퍼즐을 맞추듯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편하고 쉬운 이야기를 선호하는 시청자에게는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이야기 특성상 잔인한 장면이 예상치 못한 대목에 등장하는 점도 긴장감과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일부 시청자에겐 버겁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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