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열병, 지나고 보니 사랑이었네…영화 '청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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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스타 쉬광한 주연…'남은 인생 10년' 후지이 미치히토 신작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아이들은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와 언젠가 어른이 되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면서 그 시간과 장소까지 정해놓곤 했다. 우정이 영영 변치 않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러나 혹시라도 그 약속이 문득 떠오른다면, 친구와 기약했던 장소에 한 번 가보는 것도 그렇게 무의미한 일은 아닐 수 있다. 그 자리에서 옛 친구를 만나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신작 '청춘 18×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이하 '청춘 18×2')은 대만의 30대 남성이 청춘 시절 어느 일본 여성과 했던 약속을 따라 여행을 떠나면서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게임 개발자이자 사업가인 서른여섯 살 지미(쉬광한 분)가 사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지쳐 낙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향 타이난의 집에서 빛바랜 엽서 한 장을 발견한 지미는 18년 전 여름의 추억을 떠올린다.
당시 고교 졸업반으로 방학을 맞아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지미는 일본에서 온 아미(기요하라 가야)를 우연히 만난다. 대만에서 배낭여행 중 여비가 떨어진 아미가 일자리를 구하러 지미가 일하던 노래방에 찾아온 것이다.
영화는 아미와 했던 약속을 떠올리고 일본으로 간 서른여섯 살 지미의 여정과 18년 전 그와 아미의 이야기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30대의 지미는 눈 덮인 들판에 햇살이 내리쫴 반짝이는 설국을 여행하면서 생각에 잠기고, 10대의 지미는 한여름 대만의 지방 도시에서 첫사랑의 설렘에 빠져든다.
'청춘 18×2'는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이끌진 않지만, 순진무구한 청춘 시절 사랑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면서 관객이 자기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을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청춘의 추억을 자극하는 데 쉬광한만한 배우도 드물 것이다. 자기 앞에 펼쳐진 미래에 대한 동경과 불안으로 가득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미숙해 보이는 지미는 누구나 한때 지녔던 청춘의 모습이다. 2019년 드라마 '상견니'로 인기를 끈 쉬광한은 국내에서도 팬덤이 두텁다.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밝으면서도 속 깊은 아미다. 아미 역의 기요하라 가야는 2015년 NHK 드라마 '아침이 온다'로 데뷔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대만과 일본의 청춘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운 '청춘 18×2'는 양국의 합작 영화다. 지미가 일본 여행 중 만나는 인물들을 장샤오취안, 미치에다 슌스케, 구로키 하루, 마쓰시게 유타카, 구로키 히토미 등 양국 배우들이 연기했다.
후지이 감독은 심은경이 주연한 '신문기자'(2019)와 지난해 국내에서 흥행한 로맨스 '남은 인생 10년'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남은 인생 10년'은 지난달 재개봉해 약 5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중이다.
22일 개봉. 124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