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비-사이드' 감독 "'버닝썬' 연상? 억지로 피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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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첫 도전한 박누리 감독 인터뷰…"재미와 의미 균형 잡으려 고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서울 강남의 대형 클럽에서 수많은 남녀가 뒤엉켜 마약을 흡입한다.
얼굴이 잘 알려진 인기 연예인이 화려한 클럽 행사를 주도하고, 클럽 운영진과 비리 경찰들이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뒷배가 된다.
2018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버닝썬'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 모습은 디즈니+의 새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 속 장면이다.
'강남 비-사이드'를 연출한 박누리(43) 감독을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 감독은 배경이나 주요 인물, 사건 등에서 '버닝썬 사건'이 연상된다는 질문에 "대본 작업을 할 때부터 이를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억지로 피하려다 보면 외려 현실을 외면하게 될 수 있어 그냥 '현실'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생생한 현실 묘사는 주원규 작가와 박 감독의 취재에 기반했다.
주 작가가 강남 일대에 잠입해 6개월 이상 '콜카 기사'(여성을 유흥업소 등지에 데려다주는 기사)로 일했던 경험으로 각본을 썼고, 박 감독은 클럽 MD(영업직원), 마약 사건 전담 경찰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만, 이렇게 보고 들은 사건들을 너무 적나라하게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박 감독은 "너무 흥미롭게만 묘사하면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수 있어 재미 위주로 전시하기보다 최소한의 장면으로 보여주려고 했다"며 "특히 클럽 배경 장면 등에서 섹슈얼리티(성·姓)를 강조하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편집 과정에서도 끝까지 수위 조절을 고심했다면서 "어떻게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야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극적인 소재의 작품이지만, 그 속에 '최소한의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라는 주제 의식을 담았다"며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인물들이 서로를 보듬고, 또 구원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덧붙였다.
'강남 비-사이드'에서는 화려한 클럽과 호텔, 남루한 오락실과 뒷골목 등 상반된 배경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그는 "강남을 화려하게 밝히기 위해선 어두움이 항상 존재한다"며 "화려함과 비루함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 보였으면 해서 명암을 많이 표현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영화 '부당거래', '베를린'에서 조감독을 맡았고, 2018년 류준열 주연의 '돈'으로 처음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감독으로 경력을 쌓아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에 도전했다.
박 감독은 "시리즈는 영화에 비해 중간에 시청자가 이탈하기 쉽다"며 "계속 시선을 붙들어 놓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은 생략하고, 음악적으로도 긴장감을 높여 흥미를 잃지 않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총 8부작인 이 시리즈는 현재 절반인 4화까지만 공개됐다. 공개 첫 주에 디즈니+ TV쇼 부문 글로벌 7위를 차지했고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1위에 오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 감독은 남은 4개 에피소드에서 더 큰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연예인, 경찰 등이 악역으로 나오는 이야기만으론 8부작을 채울 수 없잖아요. 그건 우리가 뉴스에서도 본 적이 있는 듯한 내용이고요. 그래서 좀 더 윗선, 더 배후까지 사건을 파고들고 싶었어요. 뒤에는 주인공의 딸을 비롯해 각 인물의 확장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