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감독 "가족은 대한민국 화두…삼대의 성장 보여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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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가족 영화 '대가족'…"'변호인'·'강철비'보다 무거운 작품"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는 가족입니다. 지난 한두 세대 동안, 이 땅에서 가족의 형태와 의미가 많이 변했잖아요. 그런 점에서 요즘 관객에게 가장 필요한 게 가족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양우석 감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모티프로 한 '변호인'(2013), 쿠데타가 발생한 북한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을 그린 '강철비'(2017) 등 주로 사회·정치 문제를 다룬 영화를 선보여 왔다.
2020년 개봉한 '강철비 2: 정상회담'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미·북의 수장이 잠수함에 갇힌 상황을 상상해 한반도를 두고 벌어지는 첨예한 정치 갈등을 다뤘다.
이 때문에 양 감독이 차기작으로 가족 영화인 '대가족'을 연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영화계에서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대가족'은 승려가 된 아들 문석(이승기 분) 때문에 대가 끊겨 버린 만둣집 사장 무옥(김윤석)에게 난생처음 본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코미디 요소가 다분하지만,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감동을 안긴다.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양 감독은 "저는 이 영화가 '변호인'이나 '강철비'보다 더 무거운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대가족' 속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화감독으로서 지난 10년간 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얘기를 해왔습니다. '변호인'을 압축하자면 법조인이 법을 안 지키는 사람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는 얘기이고 '강철비'는 전쟁터가 될 수 있는 한반도를 시뮬레이션으로 보여드렸죠. '대가족'은 서로서로 가정을 보듬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해 기획한 작품입니다."
'대가족'에는 6·25 전쟁 때 월남해 자수성가한 무옥, 의대에 다니다 갑작스레 출가한 문석, 문석의 자녀라고 주장하는 아이들 등 삼대가 등장한다.
핏줄에 집착하던 무옥과 아버지를 원망하던 문석, 서로 헤어지지 않기 위해 새 가족이 필요했던 남매는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점차 변화한다.
양 감독은 "장르로만 보자면 코미디, 가족 드라마라 할 수 있지만 아이,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성장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가족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모든 가족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처럼 행복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저마다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죠. 그런 상처를 극복하고 화해하는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양 감독은 가족이란 소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울림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른바 '신파' 요소는 최대한 배제했다.
대신 만물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연기론 등 불교 사상을 적극 활용했다. "아이에게 부모는 우주이고 부모에게 아이는 신이다" 같이 직접적으로 깨달음을 주는 대사도 많다.
양 감독은 "일상이 피로하고, 놀랍고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이런 때 극장에서 착한 영화인 '대가족'을 보고서 힐링(치유)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가 이를 해제한 사태를 염두에 둔 대답이다.
연예계에서는 혼란한 상황을 고려해 일부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으나 양 감독은 예정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양 감독은 "우린 계엄 해제 요구에 필요한 국회의원 정족수를 외우고 다닌 세대"라면서 "전날 '대가족' 관계자에게 연락받고서 아무리 늦어도 3일 안에는 원상복구(계엄 해제)가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화산이 폭발하거나 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군인들이 나서서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가"라며 "'이걸(비상계엄 선포를) 왜 했지?' 하는 의아함이 들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