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추창민 감독 "야만의 시대 그려내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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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건 재판 실화 토대…"'서울의 봄'과는 결 다른 영화"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오는 14일 개봉하는 추창민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한 1979년 10·26 사건부터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주도한 12·12 군사반란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격동기를 그린 작품이다.
'행복의 나라'는 10·26 사건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한 재판에 초점을 맞췄다.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젊은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가 10·26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이선균)의 변호를 맡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0·26 사건 합동수사본부장으로 권력의 야욕을 가진 전상두(유재명)의 입김 아래 재판은 지극히 불공정하게 진행된다.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추 감독은 "10·26에서 12·12로 이어지는 시기를 다룸으로써 그 시대가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당시 권력층의 야만성을 대변하는 인물이 전상두"라고 말했다.
'행복의 나라'는 지난해 11월 개봉해 천만 영화가 된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과 시간적 배경이 겹치지만, 두 작품은 확연히 결이 다르다는 게 추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 속으로 들어가 다큐멘터리처럼 사건을 보여줬다"며 "'행복의 나라'가 10·26과 12·12 사이를 다룬 것은 (사건 자체보다는) 시대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전상두가 그 시대의 야만성을 대변한다면, 박태주는 그것에 희생돼 몰락하는 사람을 표상한다. 추 감독은 정인후에 대해선 "세상의 흐름에 맞춰 살면서도 사건을 겪으면서 자각하고 때로는 항거하면서 한 걸음씩 전진하는 시민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행복의 나라'는 법정 안팎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내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박태주에 대한 재판이다.
추 감독은 "재판은 팩트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재판 장면도 그렇고, 모든 것을 자료 조사를 통해 사실과 95% 정도는 일치하도록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데도 신경 썼다고 한다. 극 중 박태주를 감싸는 정인후의 변론은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지만, 여기에 맞서는 검찰관 백승기(최원영)의 논리도 밀리지 않는다.
추 감독은 "작품이 관객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면 재판 장면이 어느 쪽에 치우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정인후와 검찰관이) 서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싸우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 영화를 많이 봤는데, 좋은 법정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은 감독의 연출보다는 배우의 연기"라며 "배우의 호소력 있는 연기를 카메라에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감독으로서 어떻게 하면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펼치게 할지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법정 장면에서 열변을 토하고 법정 밖 에피소드에선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조정석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자칫 어두운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에 유머를 불어넣는 것도 조정석이다.
추 감독은 "무거울 수 있는 영화를 관객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조정석 배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촬영 현장에서) 조정석의 주특기를 보여줄 때가 많았는데, 너무 재밌었다"고 회고했다.
극 중 박태주는 10·26 사건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된 박흥주(당시 40세) 육군 대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추 감독은 "박흥주를 제대로 조명한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다"면서도 "이야기가 박흥주라는 인물에 고착돼선 안 된다고 봤다. 그보다는 시대상을 보여주려고 개인적 서사엔 집중하지 않았다"고 했다.
코미디 '마파도'(2005)와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로 주목받은 추 감독은 1천23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로 천만 감독의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은 드라마를 한 편 촬영 중이라는 추 감독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는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