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오승욱 감독 "영화의 종착점, 전도연 얼굴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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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 때보다 깊고 넉넉해진 연기…난 복 받은 사람"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오는 7일 개봉하는 오승욱 감독의 범죄 영화 '리볼버'는 비정한 세상에 모든 것을 뺏긴 여자 수영(전도연 분)이 자기 몫을 되찾으려고 목숨을 건 행동에 나서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인 수영은 영화에서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한다.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 감독은 '리볼버'를 "돈 한 푼 없고 집 한 채 없는 수영이 맨 마지막에 '이것이 바로 나야'라고 하는 순간의 얼굴, 그것 하나만을 위해 달려가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전도연은 웃음이나 울음이 끼어들 여지가 조금도 없을 것 같은 차가운 얼굴로 마지막 순간까지 질주한다.
오 감독은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카메라를 갖다 대면 전도연 배우는 정말 (내가 기대했던) 그 연기를 해줄 거라고 믿었고, 결국 해줬다"며 "그런 점에서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오 감독의 전작 '무뢰한'(2015)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무뢰한'을 촬영할 때 전도연의 연기가 오 감독을 사로잡은 건 첫 장면이었다고 한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주인공 혜경이 출근하는 장면이다. 오 감독은 지금도 그때를 잊지 못한다.
9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본 전도연의 연기는 오 감독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
오 감독은 "더 깊어지고, 더 넉넉해진 면이 분명히 있다"며 "('리볼버') 촬영 현장에서 전도연은 마치 선장이 된 것 같았다. 모든 스태프가 전도연을 존경하고 사랑했다"고 회고했다.
'리볼버'는 전도연의 연기가 원동력이 돼 이야기를 끌고 가는 영화지만, 수영과 대립 구도를 이루는 앤디(지창욱)와 둘 사이에 끼어드는 윤선(임지연)이 이루는 앙상블은 이야기를 다채롭게 한다.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 각본을 쓰기도 했던 오 감독은 당시 자기는 뼈대만 만들었을 뿐인데 배우들의 연기로 피와 살이 붙어 생명체가 약동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엔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들이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잘해줬다. 나는 (연기에 관해) 강요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오 감독은 임지연에 대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자동차 문을 열면서 바람이 휙 날리듯 나오는데, '어이쿠' 하고 감탄하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지창욱에 대해서도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휠체어에 앉아 다리를 떨다가 살짝 한번 몸을 움직여준 연기가 참 좋았다"며 "나와 지창욱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재의 우정 출연도 '리볼버'의 볼거리다. 이정재와 오래 친분을 이어왔다는 오 감독은 그가 '헌트'(2022)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서로 감독으로서의 고충도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라고 했다.
'킬리만자로'(2000)로 데뷔한 오 감독은 범죄를 소재로 비정한 세계를 그리면서 그 밑바닥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인간성을 포착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는 "'리볼버'를 본 사람들이 '오승욱 표 영화를 만든 것 같다'고 말해줄 때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자신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준 문학 작품으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조지프 콘래드의 '로드 짐'을 꼽은 오 감독은 "남들이 하지 않은 방식으로 인간을 그리고 싶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