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피아노 치다 伊영화 데뷔…'소주 건배' 아이디어 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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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니 모레티 '찬란한 내일로' 출연한 피아니스트 유선희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이탈리아 대표 거장 난니 모레티 감독의 신작 '찬란한 내일로'에는 한국 관객이 반갑게 느낄 만한 장면이 몇 나온다.
그중 하나가 주인공인 영화감독 조반니가 제작진과 "건배"를 외친 뒤 소주를 '원샷' 하는 신이다.
이 장면은 극 중 한국인 통역사 역할을 소화한 배우 유선희가 술잔을 부딪치는 모습이 담긴 각본을 보고서 우리나라 술인 소주를 이용하자고 감독에게 건의하면서 만들어졌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유선희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모레티 감독이 '한국적인 장면이 될 테니 네 맘대로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면서 "소주는 무조건 소주잔에 따라 마셔야 한다는 생각에 집에서 소주잔을 가져와 촬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찬란한 내일로'는 조반니가 영화를 만들며 겪는 험난한 여정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으로, 모레티 감독이 직접 조반니를 연기했다. 유선희는 사기를 당해 영화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조반니를 구해주는 통역사 역을 맡았다.
원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 수석 입학·수석 조기 졸업하고 다양한 무대에 선 그가 영화에 출연하게 된 건 "한 번 해보지 뭐"라는 마음이 이어져서였다고 한다. 영화배우 친구의 권유로 배우 에이전시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본 오디션이 '찬란한 내일로'였고 덜컥 합격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는 "평생 피아노만 쳐온 제가 영화계에서 일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 했다"면서도 "음악을 할 때도 다른 장르와 협업을 많이 했는데, 그런 도전 정신 덕에 거리낌 없이 연기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유선희는 데뷔작인 이 영화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귀한 경험도 했다.
그는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 후 기립박수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때 이후로 영화를 달리 보게 됐어요. 그동안은 관객 중 한 명으로 영화를 봤을 뿐인데, 이제는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잘 알게 됐으니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한 신을 찍기 위해 노력하고 고생하는지를 배운 거지요.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찬란한 내일로'로 첫발을 뗀 유선희는 이후 오디션을 통해 다양한 이탈리아 영화·드라마를 촬영하며 본격적으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그가 출연한 콘텐츠들이 공개된다.
피아노도 소홀히 하지 않는 그는 베를린 콘서트하우스 공연과 여름 투어, 솔로 앨범 녹음 등도 앞두고 있다.
유선희는 "칼로 자르듯이 딱 나누지는 못하겠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음악에만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가을부터는 또 다른 작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피아노와 연기가 완전히 다른 영역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둘 다 표현의 예술이잖아요. 지휘자 대신 감독이 있고, 악기 대신 대사와 표정으로 표현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저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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