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4' 독주 끝난 극장가…할리우드 대작들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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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기대작도 잇달아 개봉…예측불허 치열한 경합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극장가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이어진 '범죄도시 4'의 독주가 끝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일단 힘이 실리지만, 한국 상업영화 기대작들도 속속 개봉하면서 치열한 경합을 벌일 전망이다.
◇ '매드맥스' 이어 '나쁜 녀석들', '인사이드 아웃' 속편 상륙
지난달 24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려온 '범죄도시 4'를 정상에서 밀어낸 건 조지 밀러 감독의 블록버스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였다.
이 영화는 개봉일인 이달 22일 정상에 올라 닷새째 1위를 지키며 순항 중이다.
'퓨리오사'는 '매드맥스'(1979)를 시작으로 밀러 감독이 45년 동안 이끌어온 '매드맥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전편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는 국내에서도 393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매드맥스'와 같이 관객들의 기억에 각인된 프랜차이즈는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작다.
일각에선 '퓨리오사'가 '분노의 도로'보다 못하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시리즈의 팬덤을 발판 삼아 전편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퓨리오사'의 뒤를 이어 한국에 상륙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다음 달 6일 개봉 예정인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다.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전편인 '나쁜 녀석들: 포에버'(2020)와 같이 이번에도 윌 스미스와 마틴 로런스가 형사 콤비로 나선다.
전편은 국내에서 54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지만, 배급사인 소니 픽쳐스는 두 주연배우의 재치 있는 입담과 화려한 액션을 한층 강화했다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다음 달 12일에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한다. 전편인 '인사이드 아웃'(2015)이 국내에서 49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한 만큼 극장가에서 주목받는 작품이다.
미국 소녀 라일리의 일상을 그린다. 라일리의 여러 감정을 의인화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본 설정은 이어가되 그가 사춘기에 접어든 걸 반영해 감정 캐릭터를 보다 다양화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냈다.
다음 달에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의 개봉이 예정돼 있다. 온몸이 청각 기관인 괴생명체의 등장으로 사람이 소리만 내도 죽는다는 독특한 설정의 공포영화다.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데드풀과 울버린'은 7월 개봉 일정을 잡아놓고 출격 대기 중이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데드풀을 주인공으로 한 세 번째 작품으로, 국내에서 1편과 2편이 각각 332만명과 378만명을 모으며 흥행한 만큼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해 들어 할리우드 영화는 천만 영화가 된 '파묘'와 '범죄도시 4' 등 한국 영화의 흥행에 밀려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 지난해 할리우드 파업의 여파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웡카'(353만명)와 '듄: 파트 2'(199만명) 등을 제외하면 눈에 띌 만한 흥행작이 나오지 않았다. 8일 개봉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기대작인데도 아직 100만명에 한참 못 미치고, '스턴트맨'과 '챌린저스'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범죄도시 4'의 독주가 끝난 극장가에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강세가 점쳐진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과거에도 여름 극장가는 액션 영화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흥행한 사례가 많다"며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설계자', '원더랜드', '하이재킹' 등 한국 상업영화도 속속 개봉
'범죄도시 4'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한 달 동안 극장가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한국 상업영화도 잇달아 개봉하면서 흥행몰이에 나선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건 지난 15일 개봉한 신혜선·변요한 주연의 스릴러 '그녀가 죽었다'다. '범죄도시 4'의 뒷심과 '퓨리오사'의 흥행에 밀리는 양상이지만, 박스오피스 3위권을 지키며 차곡차곡 관객을 모으고 있다.
29일에는 강동원 주연의 스릴러 '설계자'가 극장에 걸린다. 강동원이라는 흥행 보증 수표를 내건 이 영화는 청부 살인 후 단순 사고사로 위장하는 사람들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흥행몰이에 나선다.
다음 달 5일에는 김태용 감독이 '만추'(2011) 이후 13년 만에 내놓는 신작 '원더랜드'가 개봉 예정이다.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해내는 서비스를 소재로 한 이야기로, 김 감독 특유의 감성적인 연출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음 달 21일 개봉하는 '하이재킹'도 기대작이다. 1971년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이라는 실화를 토대로 한 스릴러로, 하정우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기장을, 여진구가 여객기를 위험에 빠뜨리는 테러범을 연기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이성민과 이희준 주연의 코미디 '핸섬가이즈'가 개봉 예정이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두 남자가 새집으로 이사한 날 지하실에 봉인돼 있던 악령이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두 주연배우의 '티키타카'가 관람 포인트다.
7월로 넘어가면 이제훈과 구교환 주연의 액션 영화 '탈주'가 대기 중이다. 남쪽으로 탈출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와 그를 막으려는 장교의 목숨을 건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다음 달부터 선보일 한국 상업영화 라인업도 만만치 않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그러나 영화계에선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한국 영화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동진 평론가는 "앞으로 개봉할 한국 영화 제작 현황을 보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 대한 투자와 제작 환경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과감한 투자와 제작을 위해선 시장의 신뢰가 형성돼야 하고, 여기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