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영화로 그려낸 세월호 참사의 아픔…'목화솜 피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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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기자

    감정 절제로 깊은 울림 전달…박원상·우미화 뛰어난 연기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잊을 수 없지만, 10년이 흐르는 동안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 가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끊임없이 환기돼야 하는 이유다. 불과 2년 전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참사의 위험이 없는 안전한 사회라는 목표는 아직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신경수 감독의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려는 영화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조명한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올해도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 라이프 고즈 온'과 '바람의 세월' 등이 개봉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를 다룬 영화가 대부분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극영화인 '목화솜 피는 날'은 눈길을 끈다. 이 영화는 유가족의 깊은 고통에 다가가는 데 극영화가 다큐보다 나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로 고교생 딸을 잃은 유가족 병호(박원상 분)의 이야기다.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앞장서 싸워온 병호지만,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현실의 벽 앞에서 지쳐간다.

    분노가 응축된 탓인지 성격도 거칠어진 그는 동료 유가족들과도 종종 갈등을 빚는다. 아내 수현(우미화)도 그런 병호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젓는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설상가상으로 병호는 기억마저 잃어간다. 그러나 그의 기억이 흐릿해질수록 더욱 또렷이 남는 단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 10년 전 그날 수학여행을 가려고 집을 나서던 딸의 모습이다.

    영화는 감정의 과잉으로 흐르지 않고, 담담히 유가족의 고통을 응시한다. 극 중 감정이 절제될수록 관객의 마음속 울림은 깊어진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세월호 선체에서 딸이 있었을지도 모를 자리를 찾아 망연자실한 채 누워 허공을 바라보는 병호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박원상과 우미화, 안산 버스 기사 역의 최덕문, 진도 어민 역의 조희봉 등 노련한 배우들은 주관적 감정에 흐트러지지 않고 유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목화솜 피는 날'은 '육룡이 나르샤', '녹두꽃', '소방서 옆 경찰서' 등 드라마를 연출해온 신 감독의 첫 번째 영화다.

    유가족 단체인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제작에 참여했다. 내적 고통 치유를 위해 유가족 연극 모임으로 출발한 극단 '노란리본' 멤버들도 몇몇 장면에 출연했다.

    인양한 세월호 선체 내부 장면은 세트장이 아니라 목포신항에 있는 실제 세월호 선체에서 촬영됐다.

    영화 제목의 목화솜은 목화가 진 자리에 맺힌 꼬투리가 터지면서 나오는 고운 솜털을 가리킨다. 참사 희생자들의 새 삶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이 영화는 이달 초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90분. 12세 관람가.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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