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심이란 엔진 장착한 광란의 질주…영화 '퓨리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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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프리퀄…비중 키운 서사에 입체적 액션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이하 '분노의 도로')는 자동차 추격 액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작품으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올랐다.
인류 문명이 핵전쟁과 같은 대사변으로 붕괴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를 그린 이 영화의 관객은 임모탄이라는 폭군이 지배하는 도시 '시타델'의 사령관이었다가 임모탄을 배반하고 자유를 향해 질주하는 퓨리오사(샬리즈 세런 분)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분노의 도로'에서 퓨리오사의 과거는 어렴풋이 짐작만 할 수 있었다. 영화는 캐릭터의 전사(前事)를 구구절절 풀어내기보다는 자동차 추격 액션을 완벽에 가깝게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밀러 감독이 9년 만에 퓨리오사의 전사로 또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분노의 도로'의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다.
'분노의 도로'를 가득 채우는 에너지가 자유를 향한 열정이라면, '퓨리오사'에선 퓨리오사의 끓어오르는 복수심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인류 문명이 무너진 지 45년이 지나 모든 것이 황폐해지고 인간성마저 사라져 버린 시대에 유일한 인간적 공동체 '녹색의 땅'에 살던 어린 소녀 퓨리오사(알릴라 브라운)가 무법자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에게 납치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퓨리오사의 엄마도 딸을 구하려다가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디멘투스는 물과 식량을 독점한 시타델 공격에 나서고, 시타델의 지배자 임모탄(러치 험)과 벌인 협상의 결과로 퓨리오사는 임모탄에게 넘겨진다.
영화는 여러 해가 지나 청년이 된 퓨리오사(애니아 테일러 조이)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두려움을 모르는 퓨리오사는 시타델에서 용기를 인정받아 근위대장 잭(톰 버크)의 파트너가 되면서 디멘투스에게 복수할 기회를 얻는다.
'퓨리오사'는 '분노의 도로'와 이야기 구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시간적으로만 봐도 '분노의 도로'는 시타델의 사령관 퓨리오사가 시타델에서 탈주하는 2박 3일 동안 벌어진 사건이지만, '퓨리오사'는 20년에 가까운 세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쉴 틈 없이 액션을 펼쳐낸 전편과 달리 '퓨리오사'는 서사에도 상당한 비중을 둔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의 꽤 긴 대화 장면도 전편에선 찾기 어려웠지만, '퓨리오사'에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퓨리오사와 잭의 관계도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에 적응하면서 비관적 세계관을 가진 잭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퓨리오사의 비밀스러운 조력자가 돼 마침내 희생하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영화는 복수의 의미에 관한 질문도 담고 있다. 퓨리오사는 미친 듯한 질주의 끝에서 이 질문에 직면한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자동차 추격 액션은 이번에도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도로도 나 있지 않은 광활한 황무지에서 괴물처럼 생긴 자동차들이 속력의 한계를 시험하듯 질주하고, 그 위에서 곡예를 방불케 하는 아슬아슬한 액션이 펼쳐진다.
죽음이 무서운 줄 모르는 시타델의 병졸 '워 보이'는 고속 질주하는 차량 위에서 장대를 사용해 뛰어오르고, 디멘투스 일당은 오토바이로 달리다가 갑자기 낙하산을 펼치면서 공중으로 치솟아 폭탄을 투척한다.
지상전과 공중전이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입체적인 액션을 완성한다. '분노의 도로'에서 추격전의 공간은 끝없이 펼쳐진 평탄한 황무지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엔 경사와 굴곡이 심한 지형을 빈번히 활용하면서 액션의 입체감을 더한다.
애니아 테일러 조이는 불행의 극한에서 복수심 하나만으로 버텨낸 듯한 인간의 얼굴을 그려낸다.
'분노의 도로'에서 샬리즈 세런이 뿜어낸 카리스마에는 못 미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퓨리오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딘가 연약해 보이는 테일러 조이의 모습이 더 잘 맞는 느낌이다.
'토르: 천둥의 신'(2011)에서 토르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이번엔 사악한 빌런으로 변신했다. 러치 험은 '분노의 도로'에서 임모탄을 연기하고 2020년 세상을 떠난 휴 키스 번의 바통을 안정적으로 물려받았다.
밀러 감독의 데뷔작으로 멜 깁슨 주연의 '매드맥스'(1979)로 출발한 '매드맥스' 시리즈는 45년 동안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퓨리오사'는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매드맥스' 시리즈는 액션에서 컴퓨터 그래픽(CG)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하고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15분간의 탈주 장면을 촬영하는 데 약 200명의 스턴트맨이 투입됐다.
'퓨리오사'는 지난 14일 개막한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22일 개봉. 148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