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 "외국인의 한국어 말투, 희화화하지 않으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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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활명수' 한국계 통역사 역…"과라니어 음절 하나하나 외워"
"내향형이지만 코미디 좋아…나 아닌 것 같을 때 자유로워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예전에 '사장님 나빠요~' 하던 개그가 있었잖아요. 저도 모르게 그런 말투가 나갈까 봐 신경 썼어요. 외국인을 희화화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아마존 활명수' 주연 배우 진선규는 작품 촬영 전 캐릭터를 연구하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 양궁 국가대표 선수 진봉(류승룡 분)이 아마존 전사들을 훈련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현지 통역사 빵식 역을 맡았다. 한국인 할아버지 덕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남미 억양이 배어 있어 웃음을 유발한다.
진선규는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서 말투를 연구했다"며 "(모사가 특기인) 주현영 씨에게 조언도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존 활명수'에서 한국어를 비롯해 포르투갈어와 남미 원주민 말인 과라니어까지 세 가지 언어를 사용한다. 특히 생소한 과라니어로 대사를 소화할 때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음절 하나하나를 통째로 외울 수밖에 없었다"는 진선규는 "그렇게 해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생각이 안 나더라"며 웃었다.
그는 혼혈인 느낌을 주기 위해 외모도 변신했다. 가발 대신 자기 머리를 브로콜리 모양으로 파마하고, 하와이언 셔츠와 색안경으로 멋을 냈다.
"변신한 제 모습을 보고 너무 좋았어요. 무대나 스크린에 진짜 제 모습이 나오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제가 아닌 모습으로 있으면 더 자유로워져요. '아마존 활명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이번엔 어떻게 외모를 바꿀까 설렜습니다."
외국인 같은 말투와 외모 때문에 그가 극 중 아마존 전사로 나오는 브라질 배우들과 함께 다닐 때면 진짜 통역사로 오해받기도 했다.
진선규는 '아마존 활명수' 촬영 시기 넷플릭스 영화 '전,란'도 찍었다. 사극인 '전,란'에서 그는 우국충정으로 가득한 의병장 자령 역을 소화했다. 코믹 캐릭터인 빵식과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는 "자령은 차분하고 정의롭게 살고 싶은 원래의 제 모습과 닮았다"며 "반면 빵식을 연기할 때는 너무 재미있어서 삶에 활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극한직업'(2019), '승리호'(2021), '달짝지근해: 7510'(2023) 등에서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는 실제로는 "극 내향형 인간"이라고 털어놨다.
"전 그래도 코미디를 좋아해요. 내향적이긴 해도 유쾌하고 밝은 걸 좋아하거든요. 인간 진선규가 갖지 못한 게 빵식이가 가진 가벼움이 아닐까 싶어요. 남들 앞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리드하는 사람이죠. 배우를 하기 전부터 제가 갖지 못한 무언가를 배역으로 소화해보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어요."
고등학생 때까지 태권도와 절권도 등을 한 진선규는 체육 교사를 목표로 체대 입시를 준비했지만, 친구를 따라 극단에 갔다가 무대 예술에 매료돼 진로를 바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했다.
2004년 연극 무대에 데뷔한 이후 여러 작품을 거쳤고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과 단역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다 2017년 영화 '범죄도시'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주연급 배우로 도약했다.
동료 배우가 오랜 무명 생활 끝에 빛을 보게 되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평소에 후배들한테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나도 이렇게 됐는데, 너도 계속 열심히 하면 나보다 더 잘될' 거라고요. 응원의 의미도 있지만 진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전 좋은 배우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좋은 배우를 먼저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