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었다' 김세휘 감독 "SNS 어두운 면에 집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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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개봉 앞두고 인터뷰…"영화는 첫째도 둘째도 재미"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오는 15일 개봉하는 김세휘(35) 감독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남을 훔쳐보는 데 병적으로 집착하는 정태(변요한 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사는 이중인격의 인플루언서 소라(신혜선)의 이야기다.
정태가 편의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소라의 사생활을 염탐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SNS의 부정적 측면에 집중했다"며 "익명성에 기댄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부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인물들은 SNS 시대가 낳은 병든 사람들이다. 정태와 소라 외에도 소라의 맹목적인 팔로워 종학(윤병희), SNS에서 소라를 헐뜯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BJ) 호루기(박예니) 등이 그렇다.
'그녀가 죽었다'는 이런 인간군상으로 빚어낸 스릴러다. SNS에 중독되다시피 한 이들의 이야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속도감 있게 오간다.
공인중개사로 고객의 집 열쇠를 관리하는 정태는 고객이 외출했을 때 허락도 받지 않고 몰래 빈 집을 드나드는 병적인 습관에 빠져 있고, 마침내는 소라의 집도 드나든다.
그러다가 그곳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소라를 발견하면서 정체 모를 사건에 휘말린다. 남의 집에 침입한 범죄를 저지른 정태는 살인 현장을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처지다.
김 감독은 '그녀가 죽었다'를 구상한 계기에 관해 "'누군가가 시신을 발견했는데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회고했다.
변요한은 유쾌한 인상을 주는 유능한 공인중개사이면서도 내면의 어두움을 감춘 정태를 사실감 있게 그려낸다. 정태는 자기를 옭아매려는 음모를 직감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김 감독은 변요한에 대해 "정태는 몰래 나쁜 짓을 하면서도 자기 나름의 선을 넘지 않는다고 스스로 믿는 사람"이라며 "이런 캐릭터를 구현해내는 데는 변요한 배우의 연기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소라 역엔 인기 많은 인플루언서에 어울릴 매력을 가졌으면서도 뒤틀린 인간 본성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여기엔 신혜선이 최적이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소라 역에 신혜선 배우를 추천받고 출연작을 다 봤는데, 연기가 너무 좋았다"며 "다양한 장르에 맞는 표정을 다 갖춘 배우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정태와 소라에 관해 "정상적인 범주에 있지 않은 인물이라 (관객은) 불편한 감정이 들 수도 있다"며 "미화하지는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죽었다'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영주(이엘)다. 지적인 인상이 강한 영주는 영화에서 볼 법한 일반적인 형사 캐릭터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김 감독은 "영주는 관객에게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캐릭터로, 오영주 배우의 이미지와 딱 맞았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한 김 감독은 고교 시절 연극부에서 시나리오를 써 부산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을 받는 등 재능을 드러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계에 뛰어든 그는 '맨홀'(2014), '치외법권'(2015), '인천상륙작전'(2016), '덕구'(2018) 등의 촬영 현장에서 기록을 담당하는 스크립터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는 데뷔작 개봉을 앞둔 심정에 대해선 "내가 임시 보호하면서 먹여주고 재워주던 예쁜 고양이의 주인이 나타나 보내줘야 할 때의 감정"이라며 "너무 행복하고 축하할 일이지만, 한편으론 슬프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차기작으로 판타지 사극 시리즈물을 준비 중이라는 김 감독은 "상업 영화를 추구하는 감독으로서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라고 늘 생각한다"며 "많은 관객이 재밌어할 이야기를 만드는 게 제1의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