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수 "성소수자 연기 특별할 건 없어…좋아하는 마음은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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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주연…"공개 이후 메시지 1만개 이상 받아"
지난 6월 부친에게 신장 기증…"서먹서먹하던 사이 애틋해졌죠"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성소수자 연기가 용기 있는 선택이었나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하고 싶은 걸 한 것뿐이에요."
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동성애자인 주인공 고영을 연기한 배우 남윤수는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라 선택했다. 고민과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이미지 걱정도 해줬는데 전 연기자라면 그냥 욕심 나는 연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주변의 시선)까지 신경 쓰면서 연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젊은 작가인 주인공 고영이 대도시에서 좌충우돌하며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성 정체성을 숨기고 남들처럼 살기 위해 애썼던 대학교 신입생 시절부터 사랑 때문에 울고 웃던 20대 초중반, 돈벌이를 위해 출근하면서도 진정한 꿈을 좇아나가는 20대 후반까지 10여년에 걸친 성장기를 총 8부작에 걸쳐 풀어낸다.
남윤수는 "그동안 성소수자 캐릭터의 일상을 자세하게 담아낸 작품은 없었는데, 누군가가 살아온 10년을 연기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든, 여자를 좋아하는 이성애자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다 똑같기 때문에 특별할 건 없었다. 감정을 파고들면서 상황에 몰입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퀴어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이 드라마는 공개를 앞두고 "동성애를 미화하고 조장한다"는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의 항의에 제작사가 모든 예고편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는 일도 있었다.
남윤수는 "예고편이 삭제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별로 놀랍지 않았다"며 "그 전부터 이미 저에게 개인적인 연락이 많이 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연락을 많이 받아보기는 처음이에요. DM(인스타그램 메시지)이 1만개 이상은 온 것 같아요. 99%는 응원 메시지고, 그중에 삼분의 일 정도는 장문이에요. 자기 연애사를 적어서 보내주는 분도 있었고, '우리 얘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제일 많았어요."
드라마는 원작 소설집에 실린 '재희',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등 4편의 중단편을 담아낸다. 네 명의 서로 다른 감독들이 에피소드별로 연출을 맡았다. 각양각색의 연출 덕분에 네 편의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남윤수가 고영이라는 캐릭터에게서 가장 공감됐던 장면은 3~4회에 걸쳐 담긴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속 엄마와 나누는 대화였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고영의 엄마 은숙(오현경 분)은 아들의 성적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서먹서먹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살갑지도 않은 사이로 지내던 모자는 은숙이 자궁암 진단을 받게 되면서부터 변환점을 맞는다. 점점 다가오는 이별을 앞두고서야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남윤수는 "이 에피소드를 촬영할 때 마침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 돌아보면 당시 느꼈던 개인적인 감정이 작품에 많이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리허설도 없이 바로 촬영을 시작하는데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고 떠올렸다.
남윤수는 지난 6월 부친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지금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괜찮아졌다는 남윤수는 수술 덕분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훨씬 애틋해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아버지는 투석 받으면 괜찮다면서 수술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제가 별생각 없이 하겠다고 한 거였다. 원래 아버지와는 '다녀오세요', '다녀오셨어요'가 대화의 전부였는데 수술 이후에 많이 친해졌다"고 했다.
"수술을 앞두고는 아버지가 TV에 제가 나올 때마다 우시는 거예요.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봤어요. 수술했다는 기사가 난 이후 많은 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수술에 대한 조언을 구하시는데, 그런 연락은 다 답장해드리고 있어요. 생각보다 별일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