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의 순간들…촬영 현장 사진집 낸 박찬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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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기간 찍은 사진과 단상 모은 책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박찬욱은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자신의 영화 '아가씨'(2016)의 배우와 촬영 현장을 담은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를 펴냈다.
그가 이번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2022)을 연출하면서 틈틈이 찍은 사진을 모아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놨다.
제목 그대로 영화 '헤어질 결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엿보게 해주는 사진집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박 감독이 촬영 현장에서 포착한 배우들의 모습이다.
극 중 산에서 숨진 남성의 살인자로 의심받는 서래를 연기한 배우 탕웨이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 역의 박해일을 비롯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겼다.
박 감독은 사진에 관한 설명이나 그에 얽힌 단상을 짤막한 글로 덧붙였다.
그는 탕웨이가 엷은 미소를 띤 사진에 "이럴 땐 아닌 게 아니라 진짜 팜므파탈 같다"고 썼다. 박해일이 싱긋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흑백 사진엔 "나는 이 표정이 박해일에 관해 많은 걸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박 감독의 사진과 글에선 배우의 잠재력을 꿰뚫어 보는 거장의 안목뿐 아니라 배우 한 명 한 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탕웨이가 촬영 도중 슬리퍼를 신은 채 눈을 감고 쉬는 모습이나 배우들이 서로 장난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은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박 감독은 자연과 사물에 대한 예리한 관찰자의 면모도 보여준다.
서래와 해준이 재회하는 수산물시장에서 찍은 사진엔 낙지 여러 마리가 뒤엉킨 모습이 담겼다. 박 감독은 "물컹물컹하고 미끈미끈하고 차갑고 비리지만 끈질기게 얽힌 인연"이라고 썼다.
사진과 글을 따라가다 보면 박 감독이 스치듯 지나가는 가시적인 형상들에 얼마나 애착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어쩌면 영화감독으로서 그의 힘도 여기서 나오는지 모른다.
박 감독은 머리말에서 이 책을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가지러 가는 여행의 기록으로써의 사진집"이라고 소개했다.
을유문화사. 160쪽.